[한ㆍEU FTA 발효 D-4] 현대차 "유럽서 50만대 팔겠다"…벤츠 "4000만원대 신차 출시"
자동차산업은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와 관련해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빗장이 열리는 시장 규모를 보면 이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유럽 자동차시장은 연간 1500만대 규모다. 한국 시장(160만대)보다 10배가량 크다. 그렇다고 국내 자동차 업계가 마냥 환호할 수는 없다. 올 들어 수입차 열풍을 타고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유럽 수입차들이 국내 시장을 무섭게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올해 BMW 판매량이 2만대를 돌파할 것"이라며 "앞으로 연간 3만대,5만대를 판매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마진이 높은 고급차 시장을 유럽차에 고스란히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 · 기아자동차 등 완성차 업계는 FTA를 계기로 국내 시장이 어느 정도 잠식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유럽 시장을 파고드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ㆍEU FTA 발효 D-4] 현대차 "유럽서 50만대 팔겠다"…벤츠 "4000만원대 신차 출시"
◆한국차,신차로 유럽시장 본격 공략

현대 · 기아차는 10%인 완성차 관세가 5년간 단계적으로 철폐되는 것에 맞춰 신차 투입,마케팅 강화 등을 통해 유럽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앨런 러시포스 현대차 유럽법인 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부터 내년까지 11종의 신차를 발표할 것"이라며 제품군을 늘려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 EU FTA 시대 유럽 공략의 첨병 역할을 하게 될 중형 왜건 'i40'는 울산공장에서 생산을 시작, 선적을 마치고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유럽 전략 차종인 준중형 해치백 i30 후속 모델도 하반기에 내놓는다.

현대차는 2013년까지 유럽 판매량을 연 50만대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작년 판매량 35만8284대보다 40% 가까이 늘어난 물량이다. 시장점유율도 현재 2% 후반에서 5%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기아차는 연초 신형 모닝을 출시한 데 이어 하반기 프라이드 후속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말에는 K5를 출시해 중형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다는 전략이다.

한국GM은 스파크 아베오 크루즈 등을 유럽에 팔고 있다. 수출 물량이 2009년 20만5495대에서 지난해 18만7646대로 줄어들어 FTA에 거는 기대가 크다. 회사 관계자는 "EU 자동차시장이 미국보다 커 FTA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QM5나 SM5 등 유럽 시장에서 인기가 좋은 차종의 판매량이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코란도C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유럽차,한국시장 점유율 높아져

[한ㆍEU FTA 발효 D-4] 현대차 "유럽서 50만대 팔겠다"…벤츠 "4000만원대 신차 출시"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더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수입차의 강세는 이미 올초부터 뚜렷해졌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상위 4개 브랜드는 유럽이 독차지했다. BMW는 28.32%의 점유율(미니 브랜드 포함)로 1위를 차지했고 뒤를 이어 메르세데스벤츠(17.52%) 폭스바겐(12.52%) 아우디(9.35%) 순이다.

FTA를 앞두고 가격 인하 등 마케팅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중산층을 겨냥한 3000만~4000만원대의 모델도 대거 내놓을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푸조 등은 FTA 발효 전부터 관세 인하분을 적용해 판매하고 있다. BMW는 다음달 1일 FTA 발효에 맞춰 차량과 부품가를 관세 인하분만큼 내린다. 아우디는 오는 8월 한국에서 아시아 지역 VIP 고객,판매업자 등 1660명을 초청해 대규모 시승회(뉴 A6)를 가질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유럽 브랜드들이 좀 더 공격적으로 나온다면 관세가 완전히 없어지는 시점에는 차량 가격을 지금보다 최대 10%까지 할인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