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제변호사협회 회의 참석차 대만 타이베이에 다녀왔다. 4년 전까지만 해도 한적하기만 했던 공항이 엄청나게 붐볐다. 오찬연사로 나온 크리스티나 류 경제기획개발청 장관의 말에 따르면 3년 전부터 중국본토와 처음 직항편을 열었는데 지난해 직항기가 주 370여편이나 된단다. 지난해 본토에서 관광으로 100만명,사업차 50만명이 왔단다. 작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 수가 187만명이니 중국인 방문객 수가 우리와 별 차이가 없다. 대만은 중국과 1980년대 후반 국교 정상화를 이뤘다.

다음달 7월부터는 직항편이 주 558편으로 늘어난다. 본토와의 왕래가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양국 간 투자와 무역 등 경제교류가 급증하면서 대만은 싱가포르,홍콩과 함께 다시 도약하고 있었다. 류 장관은 자신감이 깃든 발언을 계속했다. 법인세를 25%에서 17%로 낮추고,앞으로 세계 최저세율을 목표로 계속 인하하겠다고 강조했다. 상속세는 2009년부터 50%에서 10%로 파격적으로 내렸다. 그 결과 해외로 도피했던 막대한 자금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이자율도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기업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지속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류 장관은 이것들이 민주주의의 가치라고 힘줘 말했다. 나아가 바이오케미컬,태양에너지 등 6개 분야의 신성장산업을 선정해 육성 중이라고 했다.

타이베이시청은 12개 구청에서 변호사들을 동원해 시민 무료법률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건 모든 행정행위와 정책 결정에 변호사들의 사전 법률검토를 받는다는 것.영국,미국에 버금가는 선진국의 법치행정을 펴고 있다는 방증이다. 시민들의 얼굴엔 활기가 넘쳤다. 몇 년 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대만은 이제 다시 온 국민이 함께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위한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서울 풍경이 문득 떠올랐다. 양극화가 커진 사회,공직자의 기강 해이,부패 문제로 감독기관의 기능도 작동되지 않는 사회,정치인들의 북한인권법 포기,반값 등록금,무상급식 등 준비되지 않은 무책임한 포퓰리즘 정책의 경쟁적 남발로 많은 국민이 혼란 속에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지 않은가. 최근 한나라당은 법인세,소득세 2% 감세 정책공약마저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함께 경쟁하던 나라 중 싱가포르,홍콩은 물론 대만까지도 뛰고 있는데,무엇이 우리를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기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법인세와 상속세 인하가 우리 기업들의 경제활동을 돕고 나아가 고용 창출,국민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는 것인데 왜 많은 국민은 2% 정도의 감세마저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인가. 소득 2만달러를 달성한 이후 우리는 14년째 경제성장과 국민소득이 정체를 거듭하고 있지 않은가.

최근 더욱 강력하게 제기되는 분배와 복지 문제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지표를 새로 설정해야 할 시점임을 알려주고 있다. 아직 성장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할 때라는 당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더욱 강조되어야만 가능할 것 같다. 3마리 용에 뒤지지 않게 우리도 다시 날아야 하지 않겠는가.

신영무 < 대한변호사협회장 ymshin@shinkim.com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