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반짝반짝…'.'시티헌터', 영화 '모비딕' 종횡무진
김상호 "나는 천재라고 주문 외워"
매 주말이면 이 남자는 TV에서 처가살이하는 마음씨 좋은 박서방이 된다.

그러다 수-목요일에는 심약하지만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작은 힘을 보태는 성격 좋은 아저씨로 변신해있다.

MBC '반짝반짝 빛나는'과 SBS '시티헌터'. 두 작품 모두 시청률이 좋다.

그래서 그도 요즘 시청자에게 한껏 친근하게 어필 중이다.

배우 김상호(41). '바람의 나라'로 드라마에 진출한 뒤 '트리플'과 '검사 프린세스'를 거쳐 급기야 현재는 두 편의 드라마에 동시 출연 중인 그를 최근 경기 고양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만났다.

"확실히 드라마에 나오니까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졌죠. '반짝반짝 빛나는' 때문에 '요즘 살기 힘들죠?'라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세요. (웃음) 또 동네에서는 '그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돼요?'라는 질문도 종종 받습니다.두 작품 모두 시청률이 잘 나오니 보람도 느껴지고 요즘 아주 좋~습니다."

대부분 배우에게 영화는 명예와 자부심을 선사한다면 TV 드라마는 인기를 불러온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그때 그 사람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즐거운 인생' '소년감독' '전우치' '이끼' '적과의 동침' 등을 거치며 영화판에서 명품 조연 반열에 오른 김상호가 이제 TV 드라마를 통해 대중적 인기도 손에 넣을 태세다.

"처음 드라마를 할 때 TV에 가면 연기력보다는 대사만 잘 외우면 된다고들 했는데 어휴, 대사 외우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웃음) 전 지금도 대사를 잘 못 외워요. 그래서 미리 상대 배우들에게도 양해를 구하죠.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대사를 그대로 하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제 식대로 표현을 하면서 드라마에 적응 중입니다. 다행이 아직 큰 문제는 없네요."

'반짝반짝 빛나는'에서 그는 정 많고 선량한 서민을 대변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술 마시면 '개'가 되는 모습을 연출한다.

전방에서 복무한 군대 무용담을 끊임없이 늘어놓으면서.

"저 술 좋아합니다. 그런데 술은 절 싫어하는 것 같아요. (웃음) 둘이서 막걸리 8병 정도 마십니다. 제가 막걸리를 찬양한다고 꼭 좀 적어주세요. 실제로는 술 마시면 개는 안 되고 잡니다. 그리고 군대는 방위로 후방에서 복무했어요. 따끈따끈한 집에서 출퇴근했죠."

'시티헌터'에서는 한류스타 이민호와 짝을 이뤄 권력층의 비리를 까발리기 위해 이른바 '미션'을 수행 중이다.

"제가 맡은 식중이는 약한 사람입니다. 윤성(이민호)이를 도와주며 정의를 구현하는 데 힘을 보태지만 늘 '우리 그만하자'고 말하죠. 액션도 하고, 변장도 해 촬영이 재미있습니다. 민호가 며칠 전 교통사고를 당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괜찮은 것 같더라고요. '시티헌터'는 '인간시장' 같은 재미를 주는 드라마 같아요."

여기에 더해 그는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모비딕'에서는 거대 음모를 파헤치는 기자로 활약했다.

티 안내고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정의감 넘치는 기자다.

"제 캐릭터는 말할 것도 없고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다룰 수 없었던 이야기라 한눈에 반했습니다. 약간 템포가 느린 것도 같지만 아내와 친구들이 보고 아주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관객들이 우리 작품의 진정성을 많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고등학교 때 복싱선수로 활약하며 챔프를 꿈꿨던 소년 김상호는 그러나 질풍노도의 시기 무단결석으로 학교를 잘린다.

"철없는 마음에 '깡패나 해버릴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깡패가 되기엔 내가 너무 착하다"고 말하는 그는 방위로 군 복무를 마친 후 '불현듯' 대학로로 갈 생각을 했다.

"그때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그저 연극을 하자 싶었습니다. 롤 모델도 없었어요. 그러나 내가 이 세상에 살다간 흔적은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연극을 하면서 '난 천재'라고 생각했어요. (웃음) 난 잘났고, 천하무적이며 분명히 지금보다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혼자서 그렇게 주문을 걸며 지금까지 왔습니다."

연기를 시작한 후 매너리즘에 빠질 시간은 없었지만 금전적인 벽에 부딪히면서 8개월간 연극을 관두고 라면 장사를 했다.

그러나 이문이 남지 않자 접고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했다.

돈은 벌렸지만 마음이 허했다.

"연기가 다시 하고 싶어서 반 미쳐갔어요. 그래서 공사판에서 번 500만 원을 들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자식에게 꿈을 포기한 아버지로 남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 연기를 보고 사람들이 행복해하고 즐겁기를 바란다. 또한 나 역시 살면서 앞날이 훨씬 더 재미있기를 바란다"는 그는 "여전히 배우 김상호는 풍전등화처럼 위태롭다. 그러나 내 나이 예순 정도 되면 흔들림없는 위치가 돼 있기를 바란다"며 사람 좋게 웃었다.

(고양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