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딸만 셋이다. 막내가 중3이던 어느 날 오후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할 때였다.

"아빠 나라가 썩어가고 있는 것 같아."

갑자기 막내딸이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무슨 소리냐."

깜짝 놀라 되물었다. 아직도 장난감을 갖고 놀던 아기 때의 인상이 남아 있는 자식이었다.

"학교에선 아이들 모두 잠만 자.공부는 밤에 학원에 가서 하고 말이야."

얼핏 공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TV 시사프로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중학생 딸아이를 통해 그게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아이가 얘기를 계속했다.

"남학생들은 선생님한테 막 덤벼들어.그런데도 선생님들은 뭐라고 하지 않고 피해버려."

도를 넘어섰다는 생각이었다. 학교에서 시민교육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였다.

"아빠,나 유학 보내 줄 수 있어?"

막내딸의 결론이었다. 학교에서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생각 같았다. 큰애는 결혼으로,둘째는 유학으로,언니 둘이 모두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막내는 절대 엄마 아빠와 떨어져 외국으로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180도 달라진 것이다. 결국 막내도 고등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보내고 말았다. 감성이 예민한 시기의 자녀들도 물설고 낯선 땅에서 고생이다. 비뚤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부모 역시 자녀와 함께 지내는 소중한 시간을 잃어버린다. 조기유학 붐은 가정파탄과 중산층 붕괴,저출산 등 나라의 근본마저 흔들고 있다.

필자가 경험한 선진교육은 개인의 능력에 맞는 교육과 사회법규를 준수하는 정직한 시민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영국의 이튼스쿨은 엘리트를 양성하는 학교다. 역시 영국의 200년 전통의 명문고인 어핑엄 스쿨은 전혀 다르다. 동문 가운데 장관이나 백만장자는 단 한 명도 없다. 한 가지 재주를 가르쳐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인도한다. 평범하지만 예절 바른 사람을 길러낸다는 게 이 학교의 교훈이다. 교육은 그렇게 해야 한다.

사회법규를 준수하는 정직한 시민을 길러내는 건 국가와 사회발전의 요체이다. 미국 대학들은 학교 교칙을 위반하거나 부정행위가 드러나면 입학 허가도 취소한다. 준법정신,정직성,공정한 경쟁이 학교생활에서부터 몸에 배도록 가르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칭찬한 건 한국의 공교육이 아니다. 자녀 교육에 쏟아붓는 부모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 것이다. 이제 그런 열정으로,하루빨리 공교육을 바로세워 모두가 자신의 재능과 능력에 맞는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를 바라는 건 시기상조일까.

신영무 < 대한변호사협회장 ymshin@shinkim.com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