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윤모(38.여)씨는 이달 초 과천 하나로마트에 들렀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발생한 전산마비 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의미로 하나로마트 등 농협판매장에서 농협카드로 결제한 고객에게 안심계란 15개씩을 증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떠올리고 마트에 사은품을 요구했으나 직원은 "전혀 들어본 적 없다"고 퉁명스럽게 대꾸한 것이다.

해당 사무실에 전화로 문의했으나 "그런 행사는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농협 측은 "중앙회 직영 판매장에서만 안심계란 증정행사를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진행했다"며 "대신 지역농협 판매장은 전체 구매금액의 5%를 깎아줬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윤씨는 "5% 할인도 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사상 초유의 전산장애를 겪었던 농협이 여전히 미흡한 대응으로 고객의 질타를 자초하고 있다.

안심계란만해도 처음엔 15개씩 증정하겠다고 밝혔다가 실무진에서 "계란이 모자란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고위 관계자가 나서 "일단 15개를 증정하되 조달이 어려우면 배추든 무든 다른 것으로 드리겠다"고 말을 바꾸는 해프닝을 빚었다.

계란이 모자란다면서도 일부 매장에서는 한 고객에게 여러차례 안심계란을 증정했다.

뿐만 아니라 중앙회가 아닌 지역 농협에서는 증정행사가 없다는 내용을 처음부터 밝히지 않아 혼란을 초래했다.

지난 13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작동이 중지되는 사고가 벌어졌을 때도 농협은 전산장애 사태 때 `양치기 소년' 같은 행태를 재연했다.

처음에는 중지된 시간이 "4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가 나중에 `14분'으로 말을 바꾼 것이다.

작동이 멈춘 지역은 일부 지역이라고 밝혔는데, 결국 전국적인 현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 ATM 2만9천여대 전부가 10여분간 작동하지 않았고 농협 3천만 고객 가운데 상당수가 이 시간 ATM을 이용하지 못했다.

전산 사태 당시 농협은 "전산 장애를 일으킨 노트북이 외부와 연결돼있지 않다" , "전산시스템 비밀번호는 제때 변경했다"고 말했다가 거짓말임이 들통나 빈축을 샀다.

농협은 신충식 전무이사가 지난 12일 취임사에서 "이번 사태로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언급한 뒤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안일한 대응이 여전해 떨어질대로 떨어진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