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보험 가입ㆍ풀옵션 그랜저ㆍ아파트 구입자금 요구

보해저축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비리가 혀를 내두르게 하고 있다.

무소불위의 검사권을 이용해 무차별적인 보험 가입 강권, 풀옵션 고급 승용차, 억대 주택 자금 등을 요구한 행태를 보면 '금융감독원이 아니라 금융강도원'이라는 세간의 냉소에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광주지검 특수부(김호경 부장검사)가 수사한 바에 따르면 이날 구속영장이 청구된 3급 검사역 김모씨는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에 나설 때면 자동차, 퇴직 연금, 상해 등 보험 계약 대상자부터 찾았다.

그의 아내가 보험 모집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8개 저축은행 법인과 임직원들을 상대로 보험을 계약, 2009년 이후 이들이 낸 보험료만 2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보해저축은행 법인차량으로 쓰던 1천500만원 상당의 그랜저 차량도 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김씨의 상관인 2급 검사역 정모(구속)씨는 최고급 승용차를 받았다.

정씨는 3천300CC 그랜저 차량을 풀옵션으로 산 뒤 은행 측으로부터 차값 4천100만원을 고스란히 받았다.

검찰 수사를 피해 잠적한 금감원 전 부국장 이모씨는 주택자금에 법인카드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강남으로 이사해야 하는데 아파트 구입비 2억원이 모자라다"며 1억원씩 두차례에 걸쳐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법인카드를 들고 다니며 몇 년간 유흥비와 생활비 등으로 9천900만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저축은행 검사 업무를 맡아 은행이 감추려 한 횡령사고를 찾아내는 등 능력을 인정받아 우수직원 포상을 받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씨는 당시 피검 금융사로부터 수상자로 추천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방만한 운영으로 눈덩이처럼 커진 부실이 드러나는 것 보다는 몇억원을 주고 검사를 연기하거나 무마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