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들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출점 제한지역을 확대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이 3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규제를 받지 않고 점포를 낼 수 있는 지역이 대폭 줄어들어 가뜩이나 어려워진 신규 출점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탓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행된 SSM규제법에 맞춰 짜놓은 사업계획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처지다.

개정 법안의 핵심은 지방자치단체가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와 SSM의 신규 등록을 제한할 수 있는 '전통상업보존지역'의 범위를 전국 재래시장(1550여곳)과 중소기업청장이 정하는 전통 상점가(39곳) 경계로부터 '500m 이내'에서 '1㎞ 이내'로 늘리고 규제시한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것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개정 법안이 통과되면 전국 유통상권에서 출점이 제한되는 전통상업보존지역이 차지하는 면적이 35%에서 53%로 늘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 평균으로는 50% 수준이지만 서울 · 수도권 지역은 거의 100%로 보면 된다"며 "슈퍼마켓 신규 사업을 접으란 얘기"라고 말했다. 롯데슈퍼 관계자도 "현행 법으로도 서울 · 수도권에서는 전통상업보존지역을 빼면 점포를 낼 만한 곳이 거의 없었다"며 "지방에는 출점할 만한 부지가 있었으나 규제 강화로 이마저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유통업체들은 신규 출점지역을 재검토하거나 규제를 받지 않는 가맹점 사업모델을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재래시장의 1㎞ 안에 들어있는 신규 출점 후보지가 얼마나 되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이미 부지를 매입했거나 공사를 진행 중인 점포들이 포함될 경우 개점 지연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통법과 '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상생법) 등 SSM규제법 시행으로 줄어든 SSM업체들의 신규 출점이 개정 법안 시행으로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올 들어 롯데슈퍼는 13개,GS수퍼마켓과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각각 8개와 10개의 점포를 새로 내는 데 그쳤다. 지난해 롯데가 110개,GS와 홈플러스가 각각 63개와 50개의 SSM을 새로 낸 데 비하면 출점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한 SSM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규제 지역을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설정해 이미 올해 목표 출점 수를 하향 조정했는데 규제 강화로 다시 줄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 SSM

super-supermarket.'기업형 슈퍼마켓'으로 불린다. 원래 매장면적 1000~2000㎡(300~600평) 규모에 넓은 주차장을 보유한 대형 슈퍼를 의미했다. 요즘은 규모와 상관없이 대기업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을 뜻한다. 정부는 동네슈퍼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SSM 출점을 규제하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