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말에 올라탈까,이제 위험하니 내려야 할까. "

코스피지수가 2200선을 넘어섰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주식시장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오름세를 보일지에 쏠려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우리나라 증시자금의 흐름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코스피지수가 1000에서 출발해 2000선을 넘어서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은 외국인 투자자금이다. 2009~2010년에 32조원과 21조원 등 모두 50조원이 넘는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됐다. 이는 우리나라 증시 상승의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했다.

외국인이 우리 증시에 투자한 것은 국내 기업들의 비교우위 때문이다. 선진국을 포함한 외국 증권시장과 비교했을 때 한국 기업들의 재무구조와 영업실적은 뛰어났다. 반면 주가는 낮은 수준이었다. 저평가 상황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그야말로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 할(괄목상대)' 수준이다.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절반을 넘는다. 전기자동차 시장에 필요한 2차전지 시장에서도 35%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4만달러짜리 전기자동차 한 대에 배터리부품 값이 6000달러 선인 점을 감안하면 좋은 소식이다.

앞으로 수요가 있고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분야 기업들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은 더 커 보인다. 시장경제는 무엇보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철저히 움직인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 삼성화재의 주식이 20년 전에 비해 500배 이상 오른 것도 1980년대 후반부터 국내 소비자들의 자동차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주가가 20년 전의 200배에 이른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손해보험사 주가나 이동통신사 주가가 정체돼 있는 이유는 수요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탓이다. 더 이상의 수익모델이 없다는 점은 더 이상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따라서 주식을 고를 때 향후 시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산업이나 기업을 찾아내 투자해볼 필요가 있다.


◆연기금 투자자 비중 증가

최근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상승에 기여한 것은 기업의 재무구조다. 국내 기업들의 재무구조를 보면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역대 최저 수준인 데 비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 900개 회사에 이르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도 100% 미만으로 외국인엔 매력적이다.

앞으로 퇴직연금 시장이 성장하고 국민연금이 주식 투자 비중을 확대하면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올해부터 5인 이상 신설 기업체에 근로자를 위한 퇴직연금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했다. 기존 기업체 역시 과거 퇴직보험이나 퇴직금제도의 운영 대신 법인세 절세 혜택을 받기 위해 퇴직연금 가입을 준비 중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주식 투자 비중이 15%에 불과하지만 2014년 말에는 주식 투자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적립 자산이 계속 불어나는 국민연금의 성격을 고려할 때 총 100조원 이상의 국민연금 자금이 국내 증권시장에 신규 투입된다는 뜻이다. 이는 국내 주식시장의 안정성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거 주식시장을 주도했던 '핫머니' 성격의 외국인 투자자금 대신 중장기 투자자금이 유입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중국 거래 B2B기업 유망

그렇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 아무리 기업들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고 장기적인 전망이 좋다고 하더라도 폭등 · 폭락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주식시장이다.

현재 한국 증시가 불안정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국내 증시 규모의 한계다. 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대비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1~2%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보다 큰 규모의 주요 외국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국내 증시가 출렁일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국내외 시장환경 리스크에 항상 노출돼 있는 셈이다.

둘째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보유 지분율이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30% 이상이 외국인 소유다. 외국인 자금 중 단기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만약 더 매력적인 여타 나라의 증권시장이 나타나면 해당 국가로 돈이 쉽사리 빠져나갈 수 있다. 증시의 폭락과 함께 환율 변동성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고 장기적으로 유망한 주식 투자 대상을 고른다면 어디가 될까. 우선 기업 간 거래(B2B)를 주로 하는 기업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과 거래하는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향후 연평균 8~10%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제1위 무역상대국이 됐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의 90%가량은 소비재가 아닌 중간재(자본재)다. 이런 점에서 소비재를 만들 수 있는 자본재인 기계나 설비를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들의 전망이 밝아 보인다. 소비재를 만드는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보다는 첨단기술로 중간재인 자본재 등 대형 설비를 만들어 수출하는 기업들의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휠씬 더 높다.

◆가치주 골라내는 눈 길러야

그렇다면 개별 주식을 고르는 방법과 투자 전략은 무엇일까. 주식 투자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정석'은 펀더멘털 분석으로 대상을 고르고 기술적 분석으로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다. 우선 10 내외의 PER과 15~20% 이상의 ROE,1 미만의 PBR을 지닌 가치주를 골라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차트 분석(기술적 분석)을 통해 매매 타이밍을 정해야 한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펀더멘털 분석을 무시하고 시세차익만을 추구하는 차트 분석에만 의존해 거래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투자 대상에 대한 확신을 떨어뜨리고 실패율도 높다.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의 성공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버핏은 기업의 재무구조를 면밀히 조사해서 PER이 15 미만인 주식만 투자했고 PBR이 낮은 소위 '자산주'에만 투자한다. 현재 수익은 미미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만을 갖고 있는 성장주는 그것이 아무리 유망한 정보기술(IT)기업이라 하더라도 투자하지 않는다. 그는 심지어 "나는 삼성전자에도 관심이 없다"고 선언했다.

주식 투자에 성공하는 비결은 성장주가 아닌 가치주,곧 '좋은 종목'을 선정하고 이를 10~20년 이상 장기 투하는 것이다. 최근엔 우리나라 개미투자자들도 단기적인 차익 실현을 위한 단타 매매보다는 최근에는 가치주나 배당주를 찾아내 중장기 투자기간을 갖고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어서 다행스럽다.

유럽의 버핏이라 불리는 세계적인 투자가인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중산층이 부자되는 비결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부자와 결혼하라.둘째,로또에 당첨되라.셋째,투자하라.그간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테크라면 안정적인 저축 혹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앞으로는 안정적으로 쉬어가며 '긴 호흡으로' 투자하는 법을 배워야 할 때다.

여운봉 에이플러스에셋 상무 wbongye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