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노사 간 이면합의를 통해 노조 전임자 임금을 종전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정말 묵과할 수 없는 직무유기다.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노사 합의를 핑계대며 사실상 불법을 용인할 정도에까지 이른다면 이는 행정관청이기를 포기하고 정치단체화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타임오프를 규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4조와 81조는 우리가 충분히 목도하였듯이 지난 수년간 엄청난 노사갈등을 야기한 끝에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했다. 이 과정을 지금 고용부가 간단하게 무효화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작년 7월 개정된 노동조합법 등은 노조를 위해 일하는 전임자에 대해서는 회사가 급여를 지급할 수 없도록 했고 회사가 이를 어겨 임금을 지급할 때는 엄중히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예외(타임오프)를 두되 고충처리,산업안전,사용자와의 협의 등으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한국GM은 이 규정을 피하기 위해 이면합의를 통해 전임자 수를 종전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이는 누가 봐도 명백하게 법률 위반이다. 가산상여금을 추가로 지급하고 이를 전액 노조가 걷어 전임자에게 지급하는 편법을 취한다면 전임자 수는 노사 합의에 따라 얼마든지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현대자동차 노조가 한국GM 방식으로 전임자 문제를 해결하자고 사측에 압박을 가하고 있고 전임자 수를 절반까지 줄인 기아자동차 노조 역시 새롭게 문제를 제기할 태세여서 자칫 노동계 전체로 파문이 확산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더욱 말이 안되는 것은 이 법을 위반한 ㈜만도가 이미 수원지법으로부터 2500만원의 벌금까지 받았고 다수의 중소기업도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법을 위반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기도 했다. 고용부가 지금에 와서 한국GM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다면 정부는 지난 수년간 왜 그토록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면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법을 만들었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