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리더는 타고나는 것일까,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일까. 누구나 중간관리자든 최고경영자(CEO)든 리더가 되고 싶어하지만 쉽지 않다. 거창한 경영이론에 통달한다고 훌륭한 리더가 된다는 보장도 없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리더십을 주제로 한 기업 임원 교육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는 린다 힐 교수(사진)는 리더가 되는 길로 세 가지 여정을 제시했다. '나''인적 네트워크''팀'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리더 또는 보스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힐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세 가지 조건마다 실무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평가하면서 리더로 한걸음 한걸음 성장할 것을 주문했다. 힐 교수는 지난 1월 출간한 공저 '보스가 되는 것(Being the Boss)' 외에 '경영능력을 높이는 e러닝' 등 다수의 저서를 냈다. 조만간 전 세계 혁신 리더십을 주제로 한 책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서는 '신흥시장의 인재 경쟁에서 승리하기''미래 리더들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등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또 제너럴일렉트릭(GE) 액센츄어 화이자 IBM 미쓰비시 모건스탠리 쿠웨이트국립은행 이코노미스트를 위한 경영자문을 해왔다. 미국 기업인 스테이트스트리트,쿠퍼인더스트리즈와 하버드대 출판사,넬슨만델라 미국 어린이재단의 이사회 멤버이기도 하다. 브라이언모대를 졸업한 뒤 시카고대에서 교육심리학과 행동과학 연구로 각각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보스,리더란 주제에 천착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경영을 개선하도록 돕자는 것이죠.관리자로서의 보스,또는 리더가 되는 것은 두 가지 이유로 중요합니다. 좋은 경영은 조직의 성과를 개선시키고,일자리를 만들어 사회가 혜택을 볼 수 있는 부(富)를 창출합니다. 실무적으로는 보스들에게 연결된 모든 조직원의 업무 경험을 개선시키기도 하죠.보스와 리더는 단지 CEO만 지칭하는 게 아닙니다. 중간관리자도 보스이며 리더입니다. "

▼'위대한 보스'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뭡니까.

"훌륭한 보스는 조직과 구성원들이 보다 생산적이 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보스가 미치는 영향력은 세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우선 자기 자신입니다. 내가 누구이고,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죠.두 번째는 조직 안팎의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할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입니다. 거미줄에 걸린 파리가 아니라 거미가 돼서 거미줄을 만들고 그 위에서 춤을 춰야 합니다. 그리고 팀을 관리하는 일입니다. 팀이란 하나의 공동 목표 아래 모인 그룹입니다. 그저 일하기 위해 모아놓은 개인들의 집합은 진정한 팀이 아니죠.성과를 내도록 보스가 리더십을 갖고 적극 관리하는 것입니다. "

▼리더의 특질은 타고나는 게 아닌가요.

"훌륭한 보스는 학습을 통해서도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죠.무엇보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게 힘든 변화입니다. 보스가 되는 길은 우리의 인생역정과 비슷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얻고,결혼해서 자식을 얻는 긴 과정이라고 할까요. "

▼학습하라는 구체적인 의미는.

"예컨대 앞서 강조한 훌륭한 보스가 되는 세 가지 조건별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개선해 나가는 일입니다. 거창한 경영이론에 매달리라는 요구가 아닙니다. '나는 어떤 스타일의 리더십을 갖고 있는가'부터 자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시만 내리는 스타일인지,조직원들의 업무 이행력과 창의성 발휘 중 어디에 더 중점을 두는지 등 말입니다. "

▼보스 업무란 조직 구성원들을 효과적으로,효율적으로 다루는 일이 아닐까요.

"조직원들에게 활력을 주고 자극을 주려면 목표가 주어진 팀을 구성해야 합니다. 그만큼 좋은 동기가 없어요. 가치 있는 어떤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죠.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한 사람을 고용할 때 그 사람의 손은 물론 그의 머리와 가슴을 고용한다고 했습니다. 직원들에게 단순히 명령하고 비판하는 게 보스가 아닙니다. 직원들이 성장하도록 지원할 경우 보다 효과적으로,효율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봐요. "

▼리더는 권위를 어떻게 행사해야 하나요.

"권위는 꼭 필요할 때 행사해야 하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그래야 가장 효과가 크다고 봅니다. 보스가 해고 권한을 갖고 있더라도 그것에 너무 자주 의존하는 순간 직원들과의 전투에서 패배하는 것입니다. 직원들의 신뢰를 잃는다는 얘기죠."

▼모든 업무에 만능인 리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산업별,업종별로 다른 유형의 보스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모든 보스는 각자 다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훌륭한 보스들은 대부분 비슷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한 가지 뚜렷한 목표를 조직원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하죠."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나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은 어떤 유형의 보스들인가요. 다른 기업의 CEO들이 닮아야 할 모델로 봅니까.

"모든 훌륭한 리더로부터 유용한 교훈을 얻을 수 있겠죠.하지만 어떤 특정한 리더를 완벽한 모델로 삼을 수 있거나,삼아야 한다고 말할 순 없다고 봐요. 저는 두 사람을 존경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그대로 본받거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

▼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의 리더십을 연구한 적이 있나요.

"제가 연구하는 주제에 아직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현재 여성 경영인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의 혁신경영 사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

▼세일즈팀의 보스와 기업을 이끄는 보스는 달라야 할 텐데요.

"조직 내에서 업무 단계별로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다릅니다. 그러나 모든 단계별 리더의 일은 미래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닥쳐올지 이해하고 조직원들이 준비하도록 해야 합니다. 세일즈 매니저는 판매 분야에서 어떤 변화가 오는지 준비해야 하는 것이죠.CEO는 시장에서 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와 이에 따라 생산해야 할 제품을 고민하고 다뤄야겠죠.세세한 방향은 다르겠지만 두 사람은 공통 주제인 미래를 다뤄야 합니다. "

▼소통 기술도 리더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라고 봅니다.

"쌍방향 소통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조직원들과 '주고 받기(give-and-take)'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조직원들이 '당신의 뜻을 받아들이겠습니다'라고 반응합니다. 조직원들은 보스가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신들을 발전시키고 보호할 뿐만 아니라,보상과 인정을 해주길 기대하게 마련입니다. "

▼한국에서는 리더를 꼽을 때 용장 위에 지장,그 위에 덕장,다시 덕장 위에 운장(運將)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저는 리더가 존경을 받는 특질보다 그가 무엇을 하는지에 더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리더의 개인적 특징보다는 행동을 보고 판단하는 게 더 유용하다는 것이죠.미국에서는 '운(運)은 전략이 아니다'라는 속담이 있어요. 물론 운은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어느 리더도 행운을 기대하고 업무계획이나 프로젝트를 짜지는 않습니다. 덕이나 지혜가 위대한 리더의 중요한 특징이 될 수 있고,용기 역시 힘들고 어려운 결단을 내리는 데 필수적인 리더의 조건이 됩니다. "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