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

⊙ 설명하고, 견주고, 비판하고, 종합하는 사고 과정 보여줘야

[논술 기출문제 풀이] 2011 서울대 정시모집 논술고사 문제풀이 (下)
서울대 정시논술고사 문항3의 주제는 예술이다.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단순한 논제다.

제시문은 모두 우리 고전인데, 하나는 학생들에게 익숙한 김만중의 <구운몽>이고, 다른 하나는 유득공의 평전인 <유우춘전>이다.

조건은 "제시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음악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포함시킬 것"이다.

논제의 분량은 1600±100자이고, 한편의 완성된 글을 써야한다. 현재 많은 대학의 논제 형식은 '요약-비교-관점으로 비판하기-종합하기' 등의 순차적 사고를, 300~700자 이내로 각각 쓰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는 답안의 포인트를 명료하게 함으로써 채점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인데, 논리적 사고의 단계를 명시화하고, 이를 분명하게 밟아나가라는 뜻도 있다.

서울대 답안은 이런 단계를 순차적으로 밟아가면서 하나의 '통 글'안에 넣으면 된다.



[제시문 1]

양소유가 여자 도사(道士)로 변장하고는 마침내 정경패 앞에 앉았다.

정경패의 시녀가 양소유 앞에 상을 갖다놓았고 금향로에 향을 피웠다.

양소유가 자세를 고쳐 앉아 거문고를 안고 <예상우의곡>*을 연주했다.

정경패가 말했다. "참 아름답군요. 이 곡은 우리 당나라 현종 시절의 태평한 기상을 잘 나타내고 있어요.

누구나 이 곡을 연주하지만 이처럼 훌륭한 솜씨는 보지 못했어요.

그러나 이 곡이 끝내 안녹산의 난을 불렀으니 더 듣고 싶지 않아요.

다른 곡을 들려주세요. "

양소유가 또 한 곡을 타니, 정경패가 말했다. "이 곡은 즐거움과 슬픔이 지나치게 심하니 수나라에 나라를 빼앗긴 진후주(陳後主)의 <옥수후정화>*이군요. 이는 나라를 망하게 한 소리니 높혀 보기 어려워요.

다른 곡을 연주해주세요. "

양소유가 다시 한 곡을 타니 정경패가 말했다.

"이 곡은 슬퍼하는 듯도 하고, 기뻐하는 듯도 하고, 감격하는 듯도 하고, 사념에 잠긴 것 같기도 해요.

옛날 채문희가 난을 만나 적에게 붙잡혀 오랑캐 땅에서 아들 둘을 낳았는데, 조조가 몸값을 치러주어 고향으로 돌아간 일이 있지요.

문희가 고향으로 돌아갈 때 아들들과 이별하면서 슬픈 심정을 <호가십팔박>*이라는 곡에 담았지요.

이 곡이 바로 그 곡이지요. 소리는 들을 만하지만 채문희는 두 번 결혼한 절개를 잃은 부인이예요.

이 곡은 실절한 사람의 소리이니 어찌 제 입에 올릴 수 있겠어요. 청컨대 이 곡을 고쳐주세요. " (중략)

양소유가 또 한 곡을 연주하니, 정경패가 갑자기 옷깃을 여미며 무릎을 꿇고 말했다.

"지극하고 지극하도다. 성인이 난세를 당하여 천하를 떠돌며 백성들을 구하려 하신 뜻이 나타났도다.

공자님이 아니면 누가 이 곡을 지으리오. 이 분명 <의란조>*로다. "

양소유가 무릎을 꿇고 향로에 향을 더 넣고 다시 한 곡을 탔다.

정경패가 말했다. "높고도 아름답구나! <의란조>에는 성인이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으나 또한 좋은 때를 얻지 못했다는 탄식이 서려 있다.

그런데 이 곡은 천지만물과 더불어 환히 봄기운을 얻게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우뚝하고 드넓은 느낌을 준다.

이는 반드시 순임금의 <남훈곡>*일 것이다. 이보다 좋고 아름다운 곡은 없으니, 설사 다른 곡이 있어도 듣고 싶지 않다. "

양소유가 공손히 말했다. "제가 듣자하니 음악이 아홉 번 변하면 하늘신이 내려온다고 합니다.

지금 제가 연주한 곡이 단지 여덟 곡이요, 아직 한 곡이 남았으니 청컨대 마무리를 짓게 해주십시오."

거문고의 기러기발을 바로잡고 줄을 골라 빠르게 거문고를 타니, 그 소리가 그윽하면서도 밝고 즐거워 사람의 마음을 호탕하게 했다.

또 뜰 앞의 온갖 꽃은 일시에 피어나고 어린 제비는 쌍으로 날며 꾀꼬리가 서로 사랑을 노래했다.

정경패가 눈을 깔고 조용히 앉아 음악을 듣다가, 곡이 봉황새가 구애(求愛)하는 부분에 이르자 눈을 뜨고 양소유를 슬며시 보았다. 순간 정경패의 두 뺨이 붉어지며 눈가에 홀연 기쁜 기운이 사라졌다.

정경패는 따뜻한 봄날에 술을 마셔 취한 듯,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양소유가 놀라 거문고를 밀어내고 일어서서 정경패의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치 정신 나간 진흙 인형 같았다. … (이하 제시문은 기출해설자에 의해 하략)…


- 김만중,「구운몽」


[제시문 2]

서상수 공(公)께서는 음악을 잘 알고 손님을 좋아했다.

손님이 오면 술을 내어오라고 하고 거문고와 피리를 연주하며 술자리를 도왔다.

나도 공을 따라 놀았는데, 하루는 공께 가서 해금을 연주하며 벌레와 새의 소리를 흉내내었다.

그런데 공께서 놀라며 말했다. "좁쌀이나 한 그릇 주어라. 이건 비렁뱅이의 깡깡이니라."

내가 영문을 몰라 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딱하군. 자네는 통 음악을 몰라.

우리 나라에는 두 갈래의 음악이 있어. 하나는 아악(雅樂)이고 하나는 속악(俗樂)이지.

아악이란 오랜 옛날의 음악이고 속악이란 그 다음 시대에 만들어진 음악이지.

사직이나 문묘에서 제사 올릴 때는 아악을 쓰고, 종묘에 참배할 때는 속악을 가려서 쓰지.

이것들이 장악원에서 정식으로 가르치는 음악일세.

군대에서 쓰는 것은 세악(細樂)이라고 하는데, 용맹을 돋우는 격정적인 소리나 개선할 때 쓰는 웅장한 소리도 있고, 느릿한 소리와 온갖 미묘한 소리도 다 갖추어져 있으니, 보통 연회에도 잘 쓴다네.

세악에는 거문고에 김철석이 유명하고 그 밖에 장구나 피리 등에도 각각 명인이 있지. 해금에는 유우춘과 호궁기가 명인이야.

자네는 어찌 그들을 찾아가서 배우지 않고 이따위 거지의 깡깡이를 배웠나.

대개 거지들은 깡깡이를 들고 남의 집 문전에서 영감과 할멈, 어린아이, 짐승, 닭이나 오리, 온갖 벌레의 소리를 흉내내면서 곡식 몇 줌 받으면 물러가지.

자네의 해금은 바로 그런 것이야."

나는 공의 말을 듣고 크게 부끄러웠다. 그래서 해금을 싸서 치워버리고 여러 달 풀어 보지도 않았다. (중략)

나는 유우춘을 만나러 갈 때 오랫동안 자루 속에 넣어 두었던 해금을 가지고 갔다.

그것을 꺼내 그에게 보이며 말했다.

"이 해금은 어떤가? 옛날에 나도 자네의 장기인 해금이나 배울까 해서 멋대로 벌레나 새 소리를 흉내낸 적이 있네. 그 때 어떤 사람이 '비렁뱅이 해금'이라고 해서 내 잘못을 알게 되었지.

어떻게 하면 '비렁뱅이 해금'을 면할 수 있겠나?"

우춘은 손뼉을 치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허허, 참 모르는 소리도 하십니다.

모기가 앵앵거리는 소리나 파리가 윙윙대는 소리, 온갖 장인들의 뚝딱거리는 소리, 선비들이 개구리처럼 시끄럽게 글 읽는 소리, 세상 모든 소리는 그 뜻이 먹는 것을 구하는 데 있습니다.

내 해금이나 비렁뱅이 해금이 다를 게 무엇이겠습니까.

내가 해금을 배운 것은 노모가 계신 때문이었지요. 잘 연주하지 못하면 어떻게 어머님을 섬기겠습니까. 그래도 내 해금은 비렁뱅이 해금의 서툰 듯하면서도 절묘한 소리보다 못하지요.

또 내 해금이나 비렁뱅이 해금이나 모두 재료도 같고 말총으로 활을 만들고 송진을 칠하는데, 그 소리는 현악기라고 할 수도 없고 관악기라고도 할 수 없으니 뜯는 것 같기도 하고 부는 것 같기도 하지요.

내가 해금을 배우고서 삼년 만에 기초가 잡혔는데, 다섯 손가락에 다 못이 박혔지요.

기예는 나아졌는데 수입은 전혀 늘지 않았어요. 더구나 사람들이 더 몰라주더군요.

그런데 비렁뱅이는 허름한 해금 하나를 얻어 몇 달 연습을 하면 듣는 사람이 겹겹이 둘러서고 연주를 끝내고 돌아갈 때는 따르는 자가 수십 명이요, 하루벌이가 곡식 한 말에 동전도 한 움큼은 되니, 이는 알아주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 유우춘의 해금은 온 나라가 알고 있지만, 그것은 내 이름을 듣고 아는 것일 뿐이지요.

정말로 내 연주를 듣고 알아주는 사람이야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귀족들이 밤에 악공을 부르면 우리 악공들은 악기를 가지고 무릎을 질질 끌면서 그 앞으로 가지요.

그곳은 촛불이 휘황한데, 모시는 자들이 '잘하면 상을 내리실 걸세'라고 말하며 거들먹거리지요.

그러면 악공들은 굽실거리면서 '예이' 하지요. 현악이나 관악이 서로 상의도 하지 않고 연주를 시작하는데, 그럭저럭 길고 짧고 빠르고 느린 소리들이 대강 맞아 돌아가지요. 문 밖으로는 작은 소리 하나 새어 나오지 않아요. 주인은 곁눈으로 연주하는 것을 흘긋 보고는 자리에 몸을 기대고 조는 듯하다가, 얼마 후 늘어지게 기지개를 한번 켜고는 '그만두어'라고 하지요. 그러면 악공들은 '예이' 하고 물러나지요. 그런데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면 자기가 연주한 것을 자기가 듣다가 왔을 뿐이지요. " (중략)

"내 친구 중에 호궁기라는 이가 있는데, 서로 한가한 날이면 만나서 해금을 꺼내놓고, 눈은 푸른 하늘을 향하고 뜻은 손가락 끝에 두어 연주를 시작하지요.

연주를 하다가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껄껄 웃으며 상대에게 돈 한푼을 주는데, 두 사람이 모두 서로에게 많은 돈을 준 일은 없지요.

그래서 내 말하기를 '내 해금을 알아주는 사람은 호궁기뿐이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날 아는 것은 내가 나를 아는 것만큼 정묘(精妙)하지는 못하지요.

지금 당신은 힘을 적게 들이고도 금방 세상이 알아주는 길을 버리고, 힘들게 연습해도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것을 배우려 하오. 참 딱합니다. "

우춘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해금 연주를 중단하였다. 그리고 나를 찾는 일도 없었다.

우춘은 악공 중에서 효자라고 할 수 있으며 또 숨어 사는 은자라고도 할 수 있다.

그가 말한 "기예가 나아져도 사람들은 더 알아주지 않는다"는 말이 어찌 해금에만 해당되겠는가?

- 유득공, 「유우춘전」


"논술의 핵심은 논리적 사고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


[논 제]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 (1600±100자)

※ 단, 제시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음악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포함시킬 것.



⊙ 논술전개의 5가지 과정, 5가지 구성요소 담아 답할 것

[논술 기출문제 풀이] 2011 서울대 정시모집 논술고사 문제풀이 (下)
모든 답안은 논제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 제시문 독해에 기초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

즉, 논제의 요구에 부응하는 주제문을 쓰고, 제시문에서 도출한 근거로써 뒷받침 문장이 되도록 쓴다.

또, 그 과정에서는 문제가 해결되는 '논리적 과정'과 '논술의 구성요소'를 포함시킨다.

논술을 쓰는 논리적 과정은

①주어진 대상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

②주어진 전제들의 확인에 의한 논쟁의 파악

③비교와 대조

④관점으로 관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기

⑤종합하여 자기 주장의 도출이다.

논술의 구성요소는

①기존의 사고에 대한 반성

②제시문 내용을 전제로 한 사실적 근거 제시

③사실에 대한 가치판단

④반증가능한 선명한 명제로 자기 견해 제시

⑤이러한 관점이 개별지식에 대한 합리적 체계가 될 것 등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일단 주어진 전제를 충실하게 파악해야 한다.

즉, 대상(對象, Object)으로서의 음악(예술)을 설명해야 한다.

이는 '객관적(object)으로 외연(범주)과 내포(개념과 내용)로 제시된다.

양소유가 정경패 앞에서 연주한 아홉 개의 곡, 유득공이 서상수 공 앞에서 연주한 음악은 모두 예술이다.

그런데 이 예술에 대해 사람(主體, Subject)마다 각자 다른 인식과 태도(主觀的, subjective)가 있다.

정작 양소유가 정경패에게 들려주고자 한 '봉구황'에 대해 정경패는 큰 모욕을 느낀다.

서상수 공이 폄훼했던 음악을, 정작 해금 '명인' 유우춘은 높이 친다.

이처럼 논쟁지점을 비교 대조하면 차이는 선명하다. 관점끼리 충돌하면 각자의 한계와 조건도 드러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이해하고, 판단하고, 선택하고, 종합할 수 있는 근거들을 갖게 된다.

<예시답안>

음악은 공간에 진동을 일으켜 사람의 청각을 자극하는 수단을 거치기는 하지만, 단순한 소리나 말과는 다르다.

음악은 일정한 체계를 가진 형식이면서, 대개는 인간의 기쁘고 슬픈 감정을 움직이거나, 보다 높은 정서적 감응을 일으키는 예술의 한 부분이다.

음악은 또한 위와 같은 자기의 본래적인 성격 외에, 사회 안에서 그 성격이 달리 규정되기도 한다. 비렁뱅이들에게 음악은 구걸의 수단이다.

OST(Original Sound Track)는 연극이나 연화에서 극 진행을 돕는다. 치료의 방안으로, 태교를 위해 음악을 듣기도 한다. 결혼식, 국민의례,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정해진 음악을 듣는다.

넓게 보아 이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효용성'을 지닌다.

따라서 같은 음악을 듣고도 "이건 음악이 아니야"라고 했다면, 그것이 가진 객관적 속성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이를 듣는 주체들의 가치판단에 대해 짚는 것이다.

예술에 대한 두 가지 대조적인 관점, 즉

①'예술은 그 의미가 형식에 있다'는 관점과

②'예술 역시 인간과 사회와 함께 호흡해야 한다'는 관점 중, 주로 후자의 논의를 논쟁적으로 다루어야 함을 뜻한다.

우리는 정경패와 서상수 공(公)의 견해를 한 쪽으로 하고, 유우춘과 양소유를 한쪽으로 간주하여, 대립된 견해를 성립시킬 수 있다.

정경패는 어떤 곡은 "이보다 좋고 아름다운 곳은 없다"고 하고, 어떤 곡에 대해서는 "입에 올릴 수 없는" 혹은 "높혀 보기 어려운 소리"라고 말한다.

그녀에게는 순임금이 천지만물에 화하여 세상을 다스리는 곡에 지극한 찬사를 내린다.

정치적으로 태평성대를 생각하고, 개인의 사적 감정보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윤리를 먼저 생각함은 고결한 마음임이 틀림없다.

이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존재의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경패의 사고는 인간 자체의 고유한 운명, 자연스러운 감정을 억지로 누르고 훼손한다.

채문희가 난을 만나 오랑캐의 아이들을 낳고, 후에 고향으로 돌아감을 그린 노래 <호가십팔박>을 정경채는 '절개를 잃은 곡'으로 폄훼한다.

문희에게 슬프고 동시에 기쁘고, 사념함이 당연한 것임에도, 이를 부정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카타르시스, 즉 감정의 정화를 예술의 본령으로 간주하였다.

인간은 분명 사회안에 던져졌지만, 그보다 먼저 한 생명으로서 짝짓고, 생명을 낳음으로써 기쁘고, 이별을 슬퍼한다.

이를 거부하는 것은 인간의 반쪽을 잃게 만든다.

유우춘은 세상의 모든 음악의 뜻이 먹을 것을 구하는 데 있다고 단정한다.

하여 모기의 앵앵거리는 소리와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를 같은 것으로 간주한다.

그 논리적 귀결은 거렁뱅이가 쉽게 음식을 얻는 것을 부러워하고, 자신의 '높은 음악'이 겨우 밥벌이를 면하는 것을 한탄하는 것이다.

이 관점을 조금 확장하면, 유우춘은 음악이 가진 효용성을 적극적으로 긍정한다.

음악의 '경제적(넓은 의미의)' 가치를 높이 사는 것인데, 이 역시 음악의 한 속성이며 강점임은 무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음악은 인간 그 자체이다. 유우춘은 어머니를 위하여 해금을 배웠다.

그것이 어머니의 생계를 위한 것이었는지, 어머니를 (김만중처럼) 기쁘게 하기 위해서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 후자였을 것이다.

전자인 효용성을 목표로 하는 음악이라면 쉽게 '거렁뱅이 해금'의 길을 갔을 것이다.

그는 '어머니의 마음에 흡족한' 음악을 하려한다.

동시에 사람들의 공감이 되는 음악을 더 높은 것으로 친다. '사회적'인 음악의 가치다.

나아가면, 아니 이를 수렴하면, 결국 음악은 실존으로서의 자신이다.

자신을 알아주기를 유우춘은 간절히 원한다.

예술가는 자신을 찾아 높이 고양시키고, 음악으로써 타인들에게 인정받고자 한다.

자신(청중)은 오직 타인(예술가)을 받아들임으로써만, 자신에서 벗어나 너를, 따라서 자신을 함께 고양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예술은 지극히 드물다.

이런 예술을 하는 이는 외롭고, 오해받으며, 많은 경우에 경제적으로도 빈곤하다.

무엇보다 유우춘이 괴로워했던 것은 그가 자신을 (자신의 또다른 분신이기도 한 사람들 속에서) 더 높은 자신으로 키우지 못한 것이었다.

좋은 예술은 우리들이 현재 가진 한계 자체를 넘게 해준다.

좋은 음악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건 나를 넘어 너에게로 다가가거나, 정치 · 경제 · 사회적 인간보다 고양된 정서적 영적 인간으로의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점에서 좋은 음악은 정치 · 사회 · 경제적 도구 이상이어야 한다.

부처와 예수가 할 일, 정치적 지도자가 할 일, 좋은 기업인이 할 수 있는 일을 때로 음악은 맡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 자체는 음악의 고유하면서도, 더 본질적인 힘을 사장시키는 행위이다.

인간 자신, 혹은 너를 통해 더 성장된 나를 느끼게 해주는, 그것을 알게해 주는 음악.

그것은 그것을 알아야 체험할 수 있지만, 동시에 체험을 통해 그것을 알게해 주는 음악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음악이다.

⊙ 개념의 발산적 현실적용과 이를 통한 수렴 필요

위 예시답안은 대략 2600여자다.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부가설명을 덧붙였기에 분량이 약간 늘었다.

이 논술이 위에서 언급한 논술의 쓰기과정 다섯 가지를 갖추었는지를 재구성해 보거나, 논술의 구성요소 다섯 가지를 갖추었는지 찾아 설명해 보라.

눈치가 있고, 자신이 배운 것을 차곡차곡 자신 안에 쌓아두는 학생이라면, 위에서 언급한 논술의 다섯 쓰기과정과 논술의 구성요소 다섯 가지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서울대 2011정시 문항이다.

과학의 탐구과정과 사고의 구성요소 각 다섯 가지를 논술쓰기에 적용한 것이다.

우리는 글을 통해 개념에 도달한다. 그 개념은 대개 구체적 현실이나 사례를 통하여 설명되는데, 그 개념에 도달한 뒤 우리는 다시 구체적 사례로 그 개념을 발산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개념은 더 정연하고, 동시에 유연한 것이 되어 자신의 사고력으로 남는다. 논술의 요령(要領, 본질적이고 중요한 지점)은 결론 자체가 아니라, 나아가는 사고의 과정을 보여주는 데 있다.

원동업 S · 논술 선임 연구원 iskarma@hanmail.net


※저의 이메일(iskarma@hanmail.net)로 논제에 대한 예시 답안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간단하게나마 평가를 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