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초과이익 공유제 구상에 대해 "적절치 않은 방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스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도 "너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본부에서 주최한 '금융위기 이후 거시 및 성장정책'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은 견해를 내놨다. 이들은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스펜스 교수는 또 "중국의 위안화 절상 만으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의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이 제2의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가 은행들의 비예금성 단기 외화부채에 부담금을 물리기로 한 규제책에 대해서는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최근 한국에선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초과이익 공유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금융위기를 거친 뒤) 자유시장 경제가 효율적이고 안정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지요(웃음).시장경제는 매우 강력한 성장을 추구합니다. 제가 보기로 지난 50년간 시장경제 정책의 주목적은 시장을 보다 효율적으로,안정적으로 공평하게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

▼기존의 이익공유제가 기업 내 고용주와 고용인 간 관계를 다루지 않았나요.

"그렇습니다.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고용주와 고용인 간 이익공유를 연구해 왔습니다. 한국에서 제시된 초과이익 공유제는 생소합니다. 세 가지 측면에서 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초과이익을 분배할 경우 두 진영 간 관계가 더욱 안정될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이익을 나눠주기 위한 절차와 계약,이해관계 충돌 등의 문제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세 번째는 초과이익 공유를 더욱 광범위한 관점에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더 많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고 적절치 않은(not appropriate)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장기 저금리 정책이 금융위기를 불러왔다고 비난해 왔습니다. 벤 버냉키 의장의 경우 저금리에다 양적완화 정책까지 쓰고 있습니다. 제2의 금융위기를 초래할 위험성은 없는지요.

"금융위기를 맞게 된 원인은 저금리 탓도 있지만 헐렁한 규제 탓이 컸습니다. 금융시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빌려 생산적으로 이용했겠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조금 나아졌다고 볼 순 있겠으나 여전히 양질의 규제가 부족합니다. 지금은 과거보다 훨씬 낮은 초저금리 상황입니다. 또 다른 거품을 만들 수 있는 위험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양질의 규제 부족,저금리,과도한 유동성이 결합된 상황은 제2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주요 요소라고 봅니다. 미국은 물론 해외에서 위기를 부를 수 있습니다. "

▼글로벌 인플레를 초래하는 등 부작용을 얘기하시는 건가요.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가 지적한 대로 미국은 세계의 중앙은행 역할을 해 왔습니다. (신 교수는 미국이 국채를 발행해 장기로 다른 국가에서 자금을 빌리고,단기로 해외 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그만큼 미국이 실수하면 세계적인 대가를 치를 수 있습니다. 제 불만은 FRB의 2차 양적완화 정책이 해외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미국 내적으로는 초저금리에다 양적완화라는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채택했지만 막상 시중에 돈이 돌지 않으면 분명 결함이 있다는 것입니다. "

▼2차 양적완화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전 세계적인 시각으로 보면 말도 안되는 정책입니다. 오히려 불안을 가져다 주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큰 영향을 준다고 믿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돈이 중소기업으로 도는지를 심각히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2차 양적완화는 중단돼야 한다고 봅니다. "

▼브라질과 한국은 과도한 외화자금의 유입을 막기 위해 단기 외환 거래세와 은행 부담금을 각각 매기기로 했습니다.

"훌륭한 정책이라고 봅니다. 비용과 혜택을 신중히 고려해보면 단기 자금의 유출입은 부정적입니다. 과도한 단기자금 유출입은 아시아 외환위기 때처럼 세계경제의 불안 요소입니다. 이를 관리하는 정책이 정교하게 고안됐다면 경제를 안정시키고 성장을 도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 스티글리츠 교수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68)는 마이클 스펜스 스탠퍼드대 교수,조지 애컬로프 UC버클리대 교수와 함께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비대칭 정보의 시장이론'으로 현대 경제학의 새 영역을 개척한 공로였다. 그는 40세 때 미국에서 가장 독창적인 경제학자에게 주는 '존 베이츠 클라크상'도 수상했다. 1993년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장을,1997년부터는 세계은행 수석 부총재 ·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