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반격에 나섰다. 카다피의 친위부대는 2일(현지 시간) 동부 지역을 급습해 일부 도시를 탈환했다. 카다피는 국영TV 연설을 통해 “미국이 개입하게 되면 피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자국 국민들을 인질로 삼아 협박했다. 반정부 세력은 유엔 등 국제사회에 “카다피의 군사 근거지를 공격해달라”며 공습을 호소하고 있다.

◆카다피군, 수도권 도시 탈환

카다피 친위부대가 2일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한 동부지역의 도시 2곳을 공격하고 수도권 도시를 잇따라 탈환하는 등 시위대에 대한 반격에 나서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카다피 세력은 시위대가 차지한 동부 도시 브레가에 진입해 격렬한 전투가 벌어져 최소 6명이 숨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기관총을 탑재한 차량 50여대에 나눠 탄 카다피 세력은 이날 오전 수도 트리폴리에서 740㎞ 떨어진 브레가를 기습 공격해 이곳의 항구와 활주로, 석유 시설을 빼앗았으며 공군기 2대는 인근 외곽 지역을 폭격했다.

카다피 친위부대는 이날까지 최소 2곳의 수도권 도시를 탈환하며 수도 트리폴리 주변에 ‘완충지대’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지난주부터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한 6개 도시에 대한 공격에 들어가 가리안과 사브라타 등을 수복했다. 카다피의 수중에 다시 들어간 가리안은 전략적 요충지로 알려졌다.

◆카다피 “미국 개입하면 피의 전쟁”

카다피는 이날 트리폴리 시내에서 외신기자들과 소수의 지지자들을 모아놓고 한 연설을 통해 “미국이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리비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면 수천명의 리비아 국민이 죽게 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군사적 개입 움직임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90여분간의 이날 연설은 국영 TV를 통해 중계됐다. 그는 “그들이 리비아에 들어온다면 우리는 ‘피의 전쟁’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피는 “나는 대통령이나 왕이 아니기 때문에 넘겨줄 권력이 없다”며 시위대와 국제사회의 퇴진 요구를 재차 거부했다.

카다피는 또 리비아의 석유와 땅을 빼앗고 식민지화하려는 음모에 맞서 “마지막 남자와 여자까지 싸울 것”이라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혔다. 해외 구호품을 받는 리비아 국민은 반역죄로 다스리겠다고도 했다. 그는 리비아에 진출해 있는 서방 은행과 기업을 중국 러시아 브라질의 은행 및 기업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리비아 상공에 비행금지구역 설치를 논의하고 미 항공모함이 리비아 쪽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카다피가 자국민들을 인질 삼아 협박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반정부 세력 “카다피 공격해달라”

반정부 세력 거점인 벵가지의 혁명위원회는 “카다피의 군사 근거지 공습을 서구에 요청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면서 “유엔과 함께 하는 것은 외세 개입이 아니다”고 밝혔다. 반정부 세력 내부에서도 외국 군대의 개입에 거부감이 많지만 유엔의 이름으로 카다피의 핵심 근거지를 공습하는 것은 외세 개입과는 구별된다는 것이다.

압델 하피드 그호가 벵가지 혁명위원회 대변인은 “외부의 도움 없이 카다피를 무너뜨리면 좋지만 국민들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혁명위원회는 공습 대상으로 카다피의 거주지인 밥 알아지지야궁, 레이더 기지 등을 언급했다.

미수라타의 혁명위원회도 카다피 축출에 국제사회의 도움을 원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혁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군사 지원은 ‘자유 군대’가 트리폴리로 진격하는 데 도움이 될 것” 이라며 “리비아인들의 순결한 피가 더 흐르는 것을 막고 카다피 군을 신속하게 정리하기 위해 무력 공격을 해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ICC 검찰, 리비아사태 수사 착수

유엔 산하기구인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부는 리비아 유혈사태가 반 인류범죄를 구성하며 이 범죄에 대해 ICC가 관할권을 갖는다고 판단, 이날 수사에 착수했다. 리비아에 대한 예비조사를 시작한 지 이틀 만이다.

ICC 검찰부는 수사 과정에서 재판부에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으며 증거와 증언이 충분히 확보될 경우 피의자를 기소해 법의 심판대에 세우게 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소추에 의해 ICC 검찰부가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수단 다르푸르 내전에 이어 이번이 사상 두 번째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