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29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당시 구학서 총괄대표 부회장(현 회장),이경상 이마트 대표(현 고문) 등 신세계 경영진이 중국 상하이에 총 출동했다. 상하이 중산층 밀집 지역인 북부 중심지에 중국 이마트 점포 중 최대 규모(1만8810㎡)로 문을 연 차오안점 개장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듬해 3월26일 중국 칭다오 청양구에 1만4550㎡ 규모의 대형 매장인 롯데마트 청양점이 개장했다. 2007년 인수한 마크로 점포를 제외하고 롯데마트가 자체 출점한 첫 점포였다. 당시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는 "진정한 의미의 중국 1호점"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이처럼 중국사업의 간판으로 내걸었던 점포가 최근 실적부진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차오안점은 지난해 12월31일자로 폐점했고,롯데마트 청양점은 지난 1월 말 휴업에 들어갔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자체 출점한 점포의 영업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입지 선정 · 운영전략 탓에 영업 부진

유통 전문가들은 두 점포의 영업 중단이 중국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출한 외국계 대형마트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 불확실한 상권 전망에 근거한 출점과 현지 사정에 맞지 않는 운영전략 등으로 '경쟁력 부재'를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현지 업체들에 비해 매입 구조와 점포 운영방식 등이 취약해 상품 · 가격 경쟁력과 마진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마트 차오안점은 인근에 까르푸 오샹마트 등 10여개 점포가 경합하는 지역에 문을 열었다. 한국에서 성공한 점포 모델을 내세워 중산층 이상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마트 측은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쳤고 임차료가 비싸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였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청양점은 같은 상권의 복합쇼핑몰 개발이 지지부진했고,경쟁력에서도 리췬(중국 현지 마트) 월마트 등 인근 점포에 밀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호텔 백화점 등 주요 시설 입점이 늦어져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라며 "당분간 휴업하되 현지 업체와 조율해 재개점 시기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실 꾀하며 재공략

이마트는 지난해 중국에서 27개 점포를 운영하며 62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손실도 75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마트는 이런 결과가 확장 위주의 출점과 방만한 운영에 따른 것으로 보고,구조조정과 사업전략 전면 수정을 통한 내실화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점포별로 상권 특성과 경쟁 상황,계약조건(임대료) 등을 면밀히 분석해 경쟁력을 키워도 이익을 낼 수 없는 점포는 과감히 정리할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일부 매장을 닫는다고 해서 중국사업을 축소하는 것은 아니다"며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도시 위주로 점포를 계속 낼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타임스 인수 등으로 중국 점포 수를 82개로 늘린 롯데마트는 지난해 중국에서 1조75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150억원대 손실을 냈다. 롯데마트도 효율 개선의 여지가 없는 점포는 문을 닫지만,올해 20개 점포를 새로 내는 등 중국에서 공격적인 출점을 지속할 계획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