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분석가 하워드 모스코비츠 박사의 '대박상품 전략'
내며의 욕구 확인될 때까지 소비자 심리 쪼개고 분석하라
[한경 Biz School] "숨어있는 '소비DNA' 발굴해야 잘 팔리는 제품 만들수 있다"

신제품의 성패를 가늠하기 위해 널리 활용되는 시장조사나 소비자 분석은 흔히 '미로(迷路)찾기'에 비유된다. 고객의 구매 욕구를 자극해 기꺼이 지갑을 열게 하는 여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전 세계 기업들이 매년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값비싼 마케팅 비용을 치르며 소비자의 '스윗 스폿(sweet spot)' 찾기에 나서지만 90%가 실패한다는 미국 마케팅협회의 보고서도 이런 어려움을 방증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미국 마케팅컨설팅업체 모스코비츠제이콥사의 하워드 모스코비츠 회장(사진)은 "고객들의 내면에 감춰진 '소비 유전체',즉 DNA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그는 '규칙개발실험(rule developing experiment)'이라는 정밀한 소비자 조사 기법을 개발,"평면적 시장분석 기법에 4차원적 혁명을 일으켰다"(말콤 글래드웰)는 평가를 듣는 소비자 심리분석의 세계적 대가다. 최근 '블루 엘리펀트'라는 책을 내고 RDE 소개에 나선 그를 이메일로 인터뷰해 비즈니스 성공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들어봤다. 블루 엘리펀트란 안팔리는 쓸모없는 물건(화이트 엘리펀트)을 대박상품인 블루오션 제품으로 만든다는 뜻이다.

▼RDE란 용어가 생소하다.

"소비자 해부학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소비자 자신도 몰랐던 잠재의식과 심리 기저까지 파고든다는 점에서 보면 정신분석학과도 맥이 닿는다. 기능적 측면을 강조하자면 의료진단 장비인 MRI(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와도 비슷한 개념이다. 소비자 본성과 유형별 취향,내면의 욕구 등을 찾아내면 그들로부터 최고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게 RDE를 관통하는 핵심 원리다. 소비자가 보내는 다양한 선택행동 정보에는 구매와 연결되는 일관된 패턴이 있다는 얘기다. 쪼개고 분해하며 그룹지으면 결국 소비자를 움직이는 DNA가 보인다. 이를 제품 개발에 적용하면 매출이 늘거나 제품 인지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얻는다. "

▼일반 소비자분석기법과 다른점은.

"소비자 니즈(needs)를 발굴한다는 목적은 같다. 하지만 여러 차원에서 다르다. 우선 구매를 결정짓는 가격이나 제품 크기,맛(식품류),기술적 기능 등 다양한 요소들 간의 상호반응을 고려한 뒤 이들을 섞은 '요소조합'을 촘촘한 그물망처럼 만들어 소비자 기호도를 측정한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소비선택과 관련한 고객들의 사고방식(mind-set) 차이를 확인하고 성향이 비슷한 개인들을 묶어 그룹으로 분류하는 방법도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량생산 제품이 시장에서 먹힐 지 적은 비용으로 사전 테스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 요소가 다양하게 조합된 질문을 통해 '숨겨진 소비욕구'를 끄집어 내는 과정은 독창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

▼숨겨진 소비욕구라는 게 뭔가.

"소비자들은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뭘 더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예컨대 '여러분은 어떤 새 신용카드를 원하는가?'라고 설문조사를 하면 대개 '수수료가 없고 포인트 적립 등 각종 혜택이 더 많으면 좋겠다'란 추상적인 답을 내놓기 십상이다. 이게 기존 설문조사의 한계다. RDE는 다양한 키워드를 질문에 넣어 이런 욕구가 발현돼 나타나도록 잠재된 욕구를 자극한다. 마치 생명체에 있는 잠재유전자가 어느날 물리 · 화학적 외부 자극에 의해 갑자기 발현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

▼성공 사례를 소개해 달라.

"보석 광고 문구를 소비자의 철학적 코드에 따라 달리한 사례가 있다. 광고 문구도 구매 요소로 본 것이다. 잠재 소비자군을 '비관론자'와 '낙관론자' 등 두 그룹으로 나눈 뒤 각각 그룹 특성에 맞게 차별화된 광고문구를 제시했다. 그 결과 두 그룹에 같은 내용의 일반적인 광고문구를 제시했을 때보다 전체 매출이 42% 늘었다. 휴렛팩커드의 노트북 PC와 카메라의 성공도 비슷한 사례다. 부품 조립을 좋아하는 소비자군과 완제품을 좋아하는 소비자군이 있다는 사실을 찾아내 포장을 달리했다. 전미 시장 상위 10대 제품에 카메라는 3개를,노트북 PC는 6개를 진입시키는 결과를 얻었다. 식료품에도 성공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 식품업체 캠벨은 RDE를 적용한 이후 16억달러에 이르는 파스타 소스 시장에서 1위 브랜드로 떠올랐다. 한가지 종류 밖에 없던 파스타 소스를 20종이 넘는 다양한 종류로 만들어 맛의 스펙트럼을 넓힌 덕분이다. 특히 소스에 야채 덩어리를 넣은 제품은 이전에 어떤 전문가도 제시하지 않았던 개념이었다. 소비자들 스스로도'씹는 맛'을 좋아할 것이란 생각조차 하지 못하던 때였다. "

▼RDE의 또 다른 장점은.

"소비자 특성을 데이터베이스화할 수 있다. 예컨대 식료품의 경우 재료 가공 형태와 색깔,포장방법 등 다양한 요소별로 소비자 선호도 분류가 가능하다. 거대한 소비유전체 지도가 그려지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제품 개발의 속도가 빨라지고 비용도 갈수록 줄어든다. 물론 가장 적절한 제조원가도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된다. "

▼RDE의 응용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분야라면 대부분 가능하다. 대통령을 뽑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공약과 이미지를 내세울 것인가를 미리 시뮬레이션해 유권자에게 먹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어린이의 학습동기를 자극하는 방법을 고안할 때도 적용한 사례가 있다. 일상생활 대부분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중소기업은 대규모 소비자분석 투자가 어렵다. RDE와 관련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중소기업은 기술과 제품은 좋지만 마케팅이 안돼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비용부담으로 소비자분석과정을 생략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비자의 생리를 알지 못한 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좋은 운전실력을 가졌으면서도 '눈을 가린채'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위험하다. 약식으로 하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

▼RDE의 미래는.

"스타로폴리라는 이름의 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회사와 손잡고 개인과 집단의 '마음'을 읽는 SNS 기반의 '마인드게노믹스(mind genomics · 마음 유전체학)'를 연구 중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련한 특정 요소에 대해 반응하고 선택적으로 행동하는 데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온라인을 통해 자동적으로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작업이 비즈니스는 물론 환경문제나 세계평화 등 범 지구적 문제들의 해결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요즘 행복하다. "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 하워드 모스코비츠는

소비자의 잠재욕구를 발굴해 내는 '규칙개발실험(RDE)'의 창시자다. 1969년 하버드대에서 실험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혁신적 시장조사기법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1980년대 초 RDE 개념을 고안해냈다. 이후 마케팅컨설팅 업체인 모스코비츠제이콥사를 설립,식품 금융 전자업계 등의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RDE를 적용함으로써 온라인과 컴퓨터분석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 개념의 RDE를 만들어냈다. 2005년 '시장조사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미국 마케팅협회 선정 '찰스 쿨리지 팔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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