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 실사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부실이 나왔다며 최대 3%(1530억원)까지 인수가를 깎아달라고 채권단 측에 요청했다. 채권단은 현대차그룹과의 추가 협상을 거쳐 최종 매각가를 이르면 25일,늦어도 다음주까지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그룹과 채권단은 앞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 맺은 주식매매 양해각서(MOU)에서 최종 매각가를 현대차그룹이 당초 제시한 5조1000억원의 3% 이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건설 채권단 관계자는 21일 "현대차그룹이 실사 과정에서 우발채무(지금은 아니지만 장래엔 빚이 될 수 있는 잠재적 채무) 등이 발견됐다며 최대 조정한도인 3%까지 가격을 깎을 것을 요청해왔다"며 "현대차 측이 제시한 근거 등을 검토한 뒤 협상에 임하겠지만 3% 범위 안에서 무난히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채권단이 3% 인하에 합의하면 최종 가격은 4조9470억원이 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도 "현대건설 실사에서 예상보다 많은 우발채무를 찾았지만 이 때문에 인수를 포기하거나 채권단과 갈등을 빚을 정도는 아니다"며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본계약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8000억원 규모의 부실이 발견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지만 구체적인 금액은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현대차그룹과의 본격적인 가격 조율에 앞서 이날 오전 실무자회의를 열어 채권단 내의 세부 입장을 협의했다. 현대차그룹이 실사를 통해 발견한 부실채권과 우발채무를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우발채무가 모두 매각가 조정 대상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며 "양측간 합의가 이뤄진 부실총액에서 현대차그룹이 인수하는 현대건설 지분율(34.88%) 만큼이 가격조정 폭이 될 것"고 말했다. 최대 3%까지 가격을 깎으려면 4400억원 정도의 부실에 대해 채권단과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의미다.

채권단은 대금 조정이 끝나면 이르면 이달 말,늦어도 내달 초 현대차그룹과 본계약을 체결하고 4월까지 계약금과 잔금 납입 등 매각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수언/이호기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