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과 정치·경제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26일 경찰의 집회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격화되고 있다.이틀 동안 체포된 시위대만 860명에 달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카이로 중심부 법원단지에서는 수천명이 모여 ‘국민은 정권의 몰락을 희망한다’는 구호를 외쳤고 언론노조 사무실 부근에서도 시위대 수백명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경계를 대폭 강화한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집회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려는 시위대에 맞섰다.

전날 3명이 숨진 항구도시 수에즈에서는 한 시신 안치소 밖에서 최소한 2000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일부 반정부 시위대는 수에즈 시의 관공서에 불을 지르고 현지 집권당 사무실을 불태우려 시도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들 시위대는 수에즈 관공서에 화염병을 던져 건물 일부를 불태웠으며 집권당인 국민민주당의 수에즈 사무실에도 화염병을 투척했으나 불을 붙이는 데는 실패했다.경찰들은 최루탄을 쏘아 이들의 접근을 저지했다.수에즈에서는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55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관리들은 이날 약 500명을 포함해 이틀 동안 전국에서 반정부 시위 참가자 86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이들 가운데 거의 600명은 카이로에서 체포됐다.이집트에서는 전날 빵 가격 상승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에 나서면서 경찰과 충돌해 양측에서 4명이 숨졌다.

시위가 격화되자 이집트 내무부는 선동적 행동과 시위를 위한 모임은 물론 거리 행진과 시위 자체를 모두 금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이집트 증시는 정치적 불안을 반영해 6.1% 하락,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마감했다.

한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호스니 무라바크 이집트 대통령에게 시위대가 요구하고 있는 정치개혁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클린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이집트가 아랍권의 가장 긴밀한 미국 우방국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미국을 방문한 요르단의 나세르 주데 외무장관을 옆에 둔 채 “우리는 이집트 당국이 평화적 시위를 막지 말 것과 소셜 미디어 사이트와 같은 소통수단을 차단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