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1 북미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모터쇼)는 GM 등 미국 자동차 빅3의 부활을 알리는 무대였다. 대형차 위주의 차량 포트폴리오를 유지했던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해외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소형차 신모델을 일제히 선보였다. 미국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도요타,현대자동차 등과 경쟁하겠다는 게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한결 같은 설명이었다. 디트로이트 전시회장에서 소형차 쉐보레 소닉과,전기차 쉐보레 볼트를 전면에 내세운 GM의 대니얼 애커슨 회장과 고위 임원들을 차례로 만났다.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은 "600억달러어치를 판매한 지난해 이상의 성과를 낼 것"이라며 "미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를 넘어서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시장이 느리게 회복되고 있는 미국보다 아시아,중동,남미 등 신흥 시장 공략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생산을 시작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 '쉐보레 볼트'의 판매 전략과 관련해서는 "올해 세계 시장에 2만5000대를 판매하는 게 목표"라며 "올해 유럽 시장에서 먼저 선보이고 아시아 시장에는 내년부터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두 나라 모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GM은 다른 미국 자동차들과 달리 연구 · 개발 센터(R&D)와 생산기지를 한국에 보유하고 있다"며 "현재 한국에서 갖고 있는 입지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애커슨 회장은 칼라일 그룹에서 인수 · 합병(M&A)을 이끌던 인물로 지난해 9월 GM CEO로 취임했다.

GM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GMIO(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지역 총괄)의 팀 리 사장은 GM대우자동차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글로벌 쉐보레 브랜드의 핵심 수출국가"라며 "GM대우가 GM 수익의 원천인 만큼 한국에 상당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GM대우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 여부에 대해선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배제하지도 않고 있다"고 말해 가능성을 시사했다.

리 사장은 어려움에 처했던 GM이 작년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부활할 수 있었던 데 대해 "회사의 부채 수준을 낮추기 위해 노력했고 선진 시장과 신흥 시장에서 모두 성장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신흥시장 전략을 묻자 "글로벌 평균 이하의 점유율을 기록한 러시아(8%)와 인도(4%)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브릭스 외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대규모 시장으로 인도네시아를 유망 지역으로 꼽았다.

현대차 미국법인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으로 일하다가 작년 GM으로 자리를 옮긴 조엘 에와닉 GM 글로벌 마케팅 총책임자(CMO)는 현대차와 GM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현대차는 강력한 지도자의 리더십이,GM은 여러 다른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양성이 중시된다"며 "두 기업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고 말했다.

에외닉 CMO의 고민은 쉐보레 크루즈(라세티 프리미어)의 미국 출시 시기였다. 그는 "미국에서는 준중형과 중형차 시장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데 쉐보레 크루즈는 연비,실내공간,안전도 등에서 매우 우수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며 "미국 서부 등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미국 자동차 업체 CEO들도 모터쇼장에서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 정상궤도에 올랐음을 강조했다. 올리비에 프랑수아 크라이슬러 CEO는 "우리는 등에 로프를 매달고 버티고 있는 신세였다. 하지만 뉴 300(모터쇼에서 공개한 신차)를 보고 우리가 혼란에서 벗어났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앨런 멀레이 포드 CEO는 "사상 유례없이 공격적인 제품 출시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디트로이트=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