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속으로~ 퓨처 투게더(future together · 함께 미래로)~.'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올 한 해 경영 전략을 이같이 요약했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경영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점프 투게더(jump together)'가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김 행장은 이와 관련,"고객 자신도 모르는 잠재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최고의 솔루션 제공자(best solution provider)'를 지향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고객을 확대하고 진정한 리딩뱅크가 되겠다는게 김 행장의 의지다.

◆매트릭스 조직 개편…고객 확대 시동

하나은행이 지난 연말 실시한 조직 개편은 소매영업 분야를 '매트릭스(matrix) 조직'으로 전환시키는 게 핵심이다. 매트릭스 조직이란 지휘 명령체계를 전통적인 상하(세로)가 아닌 가로-세로 양 축을 만들어 바둑판처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개편에 따라 기존 리테일영업그룹과 중기업영업그룹이 각각 고객지원그룹과 영업추진그룹으로 재편됐다. 지역별로 3개 본부로 나뉘어 각 영업점들을 총괄하는 영업추진그룹이 세로 축 역할을,프라이빗뱅킹(PB) 리테일 중기업 소호 등 4개 본부로 구성된 고객지원그룹이 가로 축 기능을 맡는다.

김 행장은 "과거에는 본부에서 상품을 설계하면 해당 상품을 현장 지점이 세일즈하는 방식으로 영업이 이뤄졌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매트릭스 조직을 가동,상품 설계 과정에서부터 현장의 목소리가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양적 경쟁보다는 지역별로 영업 기반을 철저하게 다져 나가는 질적인 고객 확대를 도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하나은행의 활동고객(30만원 이상 은행계좌에 돈을 넣어두고 거래하는 고객)수는 320만명 규모에 불과하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계기로 금융권이 '4강체제'로 재편된 만큼 우량고객 위주의 질적 성장을 통해 경쟁우위를 점하겠다는게 김 행장의 구상이다.

◆1조9000억원 배당,자본 효율성도 감안

하나은행은 지난달 중순 이사회에서 1조9300억여원을 모회사인 하나금융에 배당키로 의결했다. 물론 주요 목적은 총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외환은행 인수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김 행장은 "배당을 하더라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3.4% 이상,기본 자기자본비율도 10% 이상을 유지할 수 있다"며 "게다가 전체 자본 규모가 줄어들게 되면 자본수익률(ROE)로 측정되는 자본 효율성은 더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본 규제가 강화된 이후 은행들마다 자본을 과도하게 쌓은 측면이 있다"며 "하나은행 역시 지주사가 채권 발행을 통해 1조5000억원의 자본을 추가 투입했던 만큼 이를 정상화시키는 과정으로 봐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행장은 이어 "지난해만도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이보다 많은 1조2000억원가량의 순이익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하나금융 주가상승 여력 높아

김 행장은 올해 하나금융 주가 전망과 관련,"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볼 때 앞으로도 상승 여력이 많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PBR은 0.85 수준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1.1~1.2 정도가 될 때까지 계속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인수 이후 경영전략에 대해선 "고유 경쟁력 유지와 고객의 혼란 방지를 위해 법률적으로 독립된 은행 법인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두 은행의 중복점포가 많지 않고 각 지점망이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어 점포망은 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호 문화 및 조직 간의 이해를 넓히기 위해 기업문화의 점진적 융화를 추진할 것이며 인력 배치 시 소속에 구애되지 않고 가장 적합한 인재를 두루 등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