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결과 발표로 4개월을 끌어온 '신한 사태'가 일단락됐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에 이어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신한 최고경영진 '빅3'는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신한금융은 30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와 신한은행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어 후임 행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 개최

이 행장은 29일 검찰 발표가 나오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신한금융은 30일 오전 7시30분 자경위를 열어 후임 행장을 선임할 계획이다.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자경위는 류시열 회장과 사외이사인 전성빈 서강대 교수,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차기 행장 후보로는 라 전 회장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는 위성호 신한금융 부사장(52)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서진원 신한생명 사장(59)과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57), 최방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59), 권점주 신한은행 부행장도 행장 후보로 얘기되고 있다.

위 부사장은 1958년생으로 지주사에서 오래 근무했다. 위 부사장이 후임 행장으로 선임되면 신한은행 내부는 물론 계열사 인사에서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노조와 일부 지점장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서 사장은 옛 서울신탁은행에서 은행 생활을 시작해 1983년 신한은행으로 옮겼다. 부행장을 지낸 뒤 신한금융 부사장을 거쳐 2007년부터 신한생명 사장을 맡고 있다.

이 사장은 신한은행 창립 때 입행해 기업고객지원부 영업추진본부장과 투자은행(IB) 담당 부행장을 지냈다.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직원들의 신망도 두텁다. 최 사장은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참여했으며,2004년부터 3년간 조흥은행 부행장을 역임했다. 최 사장은 지주사 사장으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발표해 "은행장 선임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하며 3명으로 구성된 자경위보다는 특별위원회나,직원 의견과 여론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는 곳에서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번 사태와 관련된 특정인을 행장으로 조기 선임할 경우 강력한 반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지주 회장 선임도 과제

신한금융의 지배구조 개선과 새로운 회장 선임 작업도 남아있다. 신한금융 특위는 회장 · 사장의 2인 대표이사 체제를 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바꾸기로 했다. 내년 1월7일 회의를 열어 새로 선임될 회장의 자격요건 등 세부절차를 마련한 후 구체적인 인선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차기 회장은 내년 2월 말 선임돼 3월 주총에서 최종 결정된다.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차기 회장 후보에 대해서도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우선 류시열 현 회장이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회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라 전 회장도 류 회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립적인 외부 인사로는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가 언급되고 있다. 관료 출신으로는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차관,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불기소 라 전 회장,복귀할까

이날 검찰 수사 발표에서 '빅3' 중 유일하게 무혐의 처분을 받은 라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현재는 경영 전면에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라 전 회장이 사퇴한 것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금융실명제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은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라는 짐을 벗었기 때문에 행보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라 전 회장은 신 전 사장,이 행장과 함께 아직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라 전 회장의 임기는 2013년 3월,신 전 사장은 내년 3월,이 행장은 2012년 3월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라 전 회장의 등기이사직 사퇴를 주장하고 있어 내년 3월 주총에서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등기이사직 사퇴문제는 전적으로 개인 판단에 달린 문제"라고 밝혔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