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회원권은 수급 못지 않게 주변 상황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주변 상황은 부동산 가격 변동,경기동향 등 외부 자산시장일 수도 있고 연평도 포격 같은 지정학적 상황일 수도 있다. 내년 골프회원권 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호재와 악재는 다양하다. 이 같은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회원권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올해 골프장은 그야말로 내리막 일색이었다. 동아회원권에 따르면 전국 117개 주요 골프회원권의 평균 가격(지난 20일 기준)은 1억7612만원으로 연초 대비 18.74% 하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골프회원권 버블론 등 각종 악재들로 인해 골프회원권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급매물과 실수요자 이용 목적으로 중 · 저가대 및 주중 회원권이 그나마 거래 숨통을 터줬다. 지루한 하락장의 연속이었다고 보면 된다.

◆주식 호황과 부동산 안정은 긍정적

골프회원권은 주식 및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주식시장은 골프회원권의 선행지수로 여겨진다. 주식 호황으로 여유자금이 생기면 부동산이나 골프회원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매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으면서 골프회원권 시장 역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하락세를 보였던 부동산이 하반기 들어 다소 안정을 찾는 상황이다.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는 거래량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골프회원권 시장의 약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변수는 바로 부동산 시장 침체였다. 이 같은 요인이 해소 기미를 보여 골프회원권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국내 자산시장의 부채-디플레이션(자산 가치 하락으로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채무 부담이 커지고 결국 빚을 갚으려고 담보로 맡긴 자산을 처분해 다시 자산 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현상)을 우려해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금리정책 아래에서 골프회원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개편 결정에 따라 강원권와 충청권 골프 수요자들이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수도권으로 재진입할 것이다. 특소세 감면 혜택이 사라지면 지방 회원제골프장이 누렸던 그린피 3만원가량의 인하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중 · 저가대에서 일고 있는 수도권 골프장회원권 매수세가 고가대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내년에는 중 · 저가대에 편중된 수도권 골프장의 매매 패턴이 다양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입회금 반환과 지정학적 리스크는 악재

내년에 입회금 반환이 도래하는 골프장이 적지 않다. 입회금 반환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나 골프장의 대응 방법에 따라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골프장들이 회원권을 분양하고 공사에 들어가 3~4년 후 개장을 한다면 5년 만기인 회원권은 당장 개장 1~2년 후면 반환 요청이 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자금 문제가 있는 골프장들은 회원과 마찰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위치도 새로운 불안 변수로 떠올랐다. 올 초 천안함 사건을 발단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출현하면서 골프회원권 시장에도 위기감이 조성됐다. 지난달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다. 이 같은 요인이 골프회원권 잠재 구매자들을 관망세로 돌아서게 할 개연성도 있다.

골프장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다. 올해도 30여개 골프장이 문을 열었고 내년에도 개장을 추진 중인 골프장들이 적지 않다. 다만 수도권보다 지방 골프장이 많고,프로젝트 파이낸싱(PF) 중단으로 공사에 차질을 빚는 골프장이 적지 않아 내년에 신규 개장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

내년부터 지방 회원제골프장에 대해 세제 혜택을 없애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지방 회원제골프장은 세금 등을 포함한 그린피 인상이 불가피해 지방 골프회원권 시장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바닥쳤다는 데 공감

내년 골프회원권 시장에 영향을 미칠 다양한 변수 속에서도 골프회원권 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견해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올해 평균 하락폭이 18%대지만 최고점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40%에 가깝다. 최근 하락세에 제동이 걸린 데다 하락폭이 지나치다는 인식이 늘고 있어 지역별 · 종목별로 상승 여력이 있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수도권에서도 접근성과 코스 레이아웃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지환 동아회원권 실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뿐 아니라 환율 등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지만 골프회원권 평균 가격이 최고점 대비 40% 가까이 하락한 만큼 내년 골프회원권 시장은 올해처럼 장기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큰 반등보다는 지역과 종목별로 상승과 조정이 이어지는 강세장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