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 4000억원대 금융사고'는 사고 액수와 가담자 · 피해자 규모면에서 전례 없는 초대형 사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범죄 건수는 총 30건,사고금액은 4136억원,경남은행 등의 예상 손실액은 3000억원대에 이른다. 경남은행뿐만 아니라 16개 저축은행 등 제1 · 2금융권이 모두 사기에 노출됐다. 피의자들은 주동자인 경남은행 전 구조화금융부 부 · 과장을 비롯해 지점장,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사학연금관리공단본부장,저축은행 이사,변호사,브로커,기업 대표 등이 망라됐다.

◆16개 저축은행도 당했다

검찰에 따르면 주동자인 경남은행 전 구조화금융부 부장 장씨와 과장 조씨는 고객 신탁자금을 개인적으로 비상장회사 지분인수 등에 투자한 뒤 부실화되거나 관리하던 신탁상품에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 이들은 은행장 명의로 대출금 · 신탁자금 원금을 경남은행이 보장하는 내용의 지급보증서나 신탁자금 확약서를 위조해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받거나 기업들로부터 특정금전신탁 자금을 끌어들였다. 이 돈으로 기존 부실을 돌려막거나 코스닥 상장사 인수,리조트 사업 투자 등으로 손실을 만회하려 했다.

이들이 지급보증서 등을 위조해 돈을 끌어들인 곳은 저축은행 16곳(2630억원),기업 5곳(1247억원)이었다. 문서 위조 외 불법적인 방법으로 신탁받은 259억원을 합하면 사고금액은 4136억원에 이른다. 경남은행의 보증손해는 3200억원.이 가운데 돌려막기한 금액을 빼면 예상 손실액은 2000억원대다. 반복된 투자실패와 대출이자,알선료 등의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부실 규모가 확대 재생산됐고,결국 역대 금융사고 중 최대 규모로 피해가 확대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장 부장 등이 허위 서류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8개 저축은행으로부터 총 950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 개입,알선명목 등으로 19억7000여만원을 챙긴 대출 브로커 7명도 기소했다.

◆건설근로자 퇴직금 300억원 날릴 판

건설근로자 320만명의 퇴직 후 노후자금을 대비해주는 기관인 건설근로자공제회에서도 사상 최악의 비리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이사장 손씨는 충청남도의 모 골프장을 인수하려는 J사 회장 손모씨(56)에게 인수자금 300억원을 경남은행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대출해주고 1억2000만원의 뇌물을 받아 기소됐다. 골프장은 2008년 6월 개장한 이후 매년 수십억원 상당의 적자가 발생하고 골프장 회원권 분양도 중단된 상태였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담보로 받은 골프장 주식도 이미 앞서 다른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돼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원금 회수가 전혀 되지 않고 있고 향후에도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강남 초호화 펜트하우스 뇌물

저축은행 임원,사학연금관리공단 본부장,변호사 등의 비리도 드러났다. C저축은행 이사 조모씨(49)는 시행사인 M사에 210억원을 대출해주고 그 대가로 M사로부터 7억원 상당 할인된 가격으로 서울 서초동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적발됐다. 해당 아파트는 파티를 할 수 있는 면적(85㎡)의 테라스를 갖춘 초호화 펜트하우스였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전 사학연금관리공단 본부장 허모씨(46)는 장 부장으로부터 사학연금 자금 수백억원을 투자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뇌물 5억5000만원을 수수했다가 기소됐다. 검찰은 또 경남은행 등으로부터 400억원을 사기대출받아 회사를 인수한 후 인수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인수 · 합병(M&A) 전문 변호사 송모씨(43)도 기소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