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5000원짜리 튀김 닭 '통큰치킨'을 출시했다. 그러나 "재벌유통업체가 동네 상권을 다 죽인다"는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거센 항의와 정치권의 개입으로 롯데마트는 7일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다른 것이 다 일정하고 치킨 가격이 낮아지면 소비자의 이익은 크게 증가한다. 가격이 낮아짐으로써 기존에 치킨을 즐겨 먹던 사람들의 소비량이 늘고,치킨 값이 비싸서 먹지 못했던 가난한 사람들도 이제는 사먹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판매가 중단된 것은 이러한 소비자의 이익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분명히 소비자의 이익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그 생산이 방해받고 왜곡되는 이유는 생산자 입장에서의 이익은 하나로 집중되는 반면 소비자로서의 이익은 분산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전국의 치킨 시장 규모는 5조원이고,전국 매장은 5만여 곳이다. 소비자는 수백만명이 넘는다. 개별 생산자와 개별 소비자의 이익을 비교해 볼 때 개별 생산자의 이익은 매우 크지만,개별 소비자들의 이익은 미미함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에 비해 생산자들은 이익을 위해 담합하고 단체행동을 취하려는 강한 인센티브를 갖는다. 그래서 생산자들의 단체행동은 실행되어 나타나지만,소비자들이 생산자들의 행동을 막는 단체행동은 나타나기 어렵다. 그리하여 늘 소비자의 이익은 무시되고 만다.

롯데마트가 5000원짜리 치킨을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치킨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량생산을 위해 치킨의 원재료인 생닭,기름 등을 대량으로 구매하면 구매 단가가 낮아진다. 그리고 대량생산에 따른 규모의 경제 때문에 관리 및 기타 생산비용이 낮아진다. 그뿐만 아니라 롯데마트의 브랜드 파워 때문에 마케팅 비용도 거의 들지 않았을 것이다.

롯데마트가 이러한 비용절감으로 저가로 치킨을 판매할 수 있었겠지만 그것의 성공 여부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롯데마트가 판매를 개시했을 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통큰치킨을 사먹을 것인지를 물어 보았다. "싼 만큼 사 먹겠다" "가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동네 치킨 집을 이용하겠다" "줄 서서 오래 기다리느니 비싸더라도 배달해주는 동네 치킨집을 이용하겠다" "내가 좋아하는 동네 브랜드를 계속 사먹겠다"는 등 대답이 매우 다양했다. 이렇듯 소비자는 가격,품질,맛,냄새,모양,서비스,구매시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제품을 선택한다.

여러 가지 요소를 감안해 소비자들이 꾸준히 통큰치킨을 구매해 주거나,혹은 통큰치킨을 사러 왔다가 롯데마트에 있는 다른 품목들의 구매를 늘려 롯데마트의 이윤이 증가한다면 통큰치킨의 저가전략은 성공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롯데마트는 큰 손실을 입게 되고 통큰치킨의 저가전략은 실패하게 된다. 롯데마트 통큰치킨의 운명은 소비자들의 선택에 맡겨야 했다. 시장에 저가부터 고가까지 다양한 제품이 존재하면 소비자가 현명하게 판단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선택이 아닌 정치논리에 의한 통큰치킨 판매 중단은 경쟁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치킨업종에 국한되지 않고 많은 산업에서 소비자의 선택이 아닌 정치논리에 의해 경쟁이 방해받고 있다. 이마트의 피자 판매,기업형 슈퍼마켓 등 새로운 경쟁이 생길 때마다 항상 정치적 결정이 앞섰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매우 위험하다. 경쟁이 줄면 새로운 제품,새로운 생산방식,새로운 경영방식 등의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고 시장의 역동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경쟁을 막는 것은 우리의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경제발전을 저해한다.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 대학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