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되는 치킨 싸움] '떼법'에 밀린 5000원 '롯데 치킨'…역풍 맞은 프랜차이즈 업계
롯데마트가 "1년 내내 5000원에 팔겠다"던 프라이드 치킨 상품 '통큰 치킨' 판매를 개시 1주일 만에 중단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 위협'과 '부당 염매' 논란을 일으키며 치킨점주들의 강한 반발과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진 지 나흘 만이다. 대형마트가 자체적으로 기획 · 생산해 저가에 내놓은 자체상표(PB) 상품 판매가 외부 요인으로 인해 중단된 것은 처음이다.

◆'떼법'이냐,'부당 염매'냐

동네 치킨가맹점의 이익을 대변하는 프랜차이즈협회와 치킨오리외식협의회 관계자들은 '통큰 치킨' 판매 전날인 지난 8일부터 롯데마트 영등포점에 모여 판매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연일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해왔다.

조동민 프랜차이즈협회 부회장은 "'통큰 치킨'은 치킨 소상공인들을 다 죽이는 미끼 상품"이라며 "수많은 치킨 점주들이 이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아 생계를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큰 치킨' 출시는 곧바로 롯데마트가 원가를 밑도는 가격으로 손해를 보며 치킨을 팔아 동네 치킨점을 망하게 한다는 '부당 염매'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는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9일 '통큰 치킨'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트위터에 남기면서 촉발됐다. 정 수석은 자신의 트위터에 "튀김 닭의 원가가 62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롯데마트가 마리당 1200원 손해보고 판매하는 건데 대기업인 롯데마트가 매일 600만원씩 손해 보면서 닭 5000마리 팔려고 영세업자 3만여명의 원성을 사는 걸까"라고 적었다.

롯데마트는 "사전발주 시스템과 수요 예측 주문으로 재료비를 낮췄다"며 "마진이 적을 뿐 손해보고 파는 것은 아니다"고 맞섰다. 하지만 치킨점주들이 인터넷에 잇따라 원가를 공개하고 프랜차이즈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롯데마트를 부당 염매 혐의로 고소하기로 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롯데마트가 치킨을 싸게 파는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 염매'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13일 밝혔다. 부당염매 행위를 적발하기 위해선 '사업자가 상품을 지속적으로 다른 경쟁상품에 비해 현격하게 싼 가격으로 팔아 경쟁사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요건이 성립돼야 하는데,이번 사례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롯데마트는 치킨의 하루 공급량을 매장별로 300~400마리로 제한하고 있다"며 "영업시간이 제한돼 있고 배달도 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공정위는 교촌 또래오래 BBQ 굽네치킨 오븐에빠진닭 등 치킨 프랜차이즈 상위 5개 업체에 대해 가격담합 여부를 조사중이어서 앞으로 파장은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소비자 이익 vs 영세상인 보호'

롯데마트는 치킨업계의 반발과 정치권의 비판이 잇따르면서 '통큰 치킨' 논란이 사회적 갈등 양상으로 비화되자 결국 판매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을 주요 기조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영세 상인의 생계형 사업까지 침해한다'는 따가운 시선과 압박을 롯데마트가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통큰 치킨'은 기존 치킨 가격에 불만을 품은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다는 점에서 판매 중단에 따른 역풍도 거셀 전망이다.

이날 오전 치킨을 사러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은 김관준씨(70)는 "아침 일찍 나와 치킨을 싸게 사는 소비자들도 서민"이라며 "치킨업체들이 반발한다고 해서 판매를 중단하는 건 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소비자의 이익을 앞세운 대기업의 논리와 생존권을 주장하는 중소상인들의 논리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이어 정면 충돌한 것"이라며 "'통큰 치킨'은 소비자들의 많은 지지를 얻은 만큼 양측의 논쟁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서기열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