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이사회가 24일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함에 따라 '하나금융+외환은행'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통합회사가 은행과 카드부문에서 상당한 통합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증권부문의 시너지 효과는 적을 것으로 전망한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날 이사회 직후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과 인수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영국 런던으로 출국하면서 "기본적으로 기업 가치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간 보완작용 가능

하나금융에서 하나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9월 말 현재 하나은행의 총자산은 하나금융그룹 전체(200조원)의 79.5%인 159조원이다. 시중은행 업계에서 국민 우리 신한 기업 등에 이어 5위에 랭크돼 있다. 총자산 116조원 규모인 외환은행은 하나은행에 이어 6위에 올라 있다.

이들 두 은행을 합칠 경우 총자산은 275조원으로 커져 신한 기업은행을 제치고 3위로 부상하게 된다. 서영수 키움증권 수석연구원은 "하나은행이 확실한 4강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향후 대형 금융회사들이 공동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등을 수주할 때 지금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호보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대출자산의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하나은행의 전체 대출자산(102조2090억원) 중 기업금융이 56%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외환은행은 기업금융이 총여신(62조2636억원)의 70%에 달한다. 해외 영업망에서도 차이가 크다. 하나은행은 중국 미국 동남아 등 9개 영업점을 운영 중인 데 비해 외환은행은 유럽 남미 중동 호주 러시아 등지에서 총 29개에 달하는 법인 및 출장소를 갖고 있다. 외환은행의 주거래기업인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그룹 하이닉스 등 대기업 파워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합병으로 인한 인건비 등 비용절감 효과는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외환은행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하나은행보다 5년 정도 많고 임금도 약 1.5배 높다"며 "장기적으로 하나은행 직원들의 임금 수준이 외환은행에 맞춰질 가능성이 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없다면 비용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는 업계 4위로 급부상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합병하면 카드 업계에서 롯데,우리은행,농협 카드 등을 제치고 국내 4위로 도약하게 된다. 하나SK카드의 지난 9월 말 기준 총자산은 2조7289억원으로 업계 8위 수준이다. 외환카드 역시 총자산 2조4408억원으로 하나SK카드와 비슷하다. 이들 두 카드사가 통합되면 시장 점유율이 10%에 육박하게 돼 중견 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 특히 외환카드는 규모는 작지만 영업이익이 지난 9월 말 은행부문 영업이익(3495억원)의 68%에 달하는 2377억원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좋다. 독자 결제망을 가진 국내 5개 카드사 중 하나이며 자체 가맹점만 220만개를 확보하고 있다. 독자 결제망이 없는 데다 고객 기반이 부족한 하나SK카드 입장에서 외환카드 인수가 반가운 이유다.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합쳐질 경우 가입 고객수도 1000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증권업 시너지 효과는 제한적

증권업 부문에서 두 금융사 간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외환은행 계열 증권회사가 없어 크게 달라질 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기업고객을 상대로 영업력을 확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구경회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민은행의 업계 1위 파워도 KB투자증권의 영업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마찬가지로 외환은행 인수로 하나대투증권이 갖게 될 시너지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안대규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