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platform)'이 기업 성장을 위한 주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SK텔레콤 현대카드 웅진코웨이 등은 플랫폼 개발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고,'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는 곳도 있다.

플랫폼은 원래 기차에 타고 내리기 위한 구조물이나 무대 또는 단상 등을 의미했지만,산업계에서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 설계한 유 · 무형의 구조물을 뜻한다.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플랫폼의 장점이다.

제조업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노키아는 매년 80여가지 모델의 휴대폰을 4억대 이상 생산한다. 만약 모양과 기능이 가지각색인 80여가지의 모델을 모두 따로 개발하고 생산한다면 노키아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키아는 C,E,N,X 등으로 불리는 10개 안팎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조금씩 다른 기술을 첨가해 적은 비용으로도 다양한 종류의 휴대폰을 만들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이 제휴를 통해 서로의 플랫폼(차량의 기본 구조)을 공유하는 것도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이다. 여러 가지 플랫폼을 활용하면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모델을 내놓을 수 있다.

고객 네트워크나 거래관계,기술 등 무형의 자산도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웅진코웨이는 1998년 국내 최초로 정수기 대여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방문 서비스를 함께 제공했다. 다른 제품과 달리 정수기는 고객에게 제품 사용법을 자세히 설명해줘야 하고,주기적인 애프터서비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웅진코웨이는 이때 구축한 고객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공기청정기 연수기 비데 음식물처리기 화장품 등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정수기 대여 서비스를 하면서 구축한 고객 기반이 하나의 플랫폼 역할을 한 것이다.

애플은 제품과 함께 사용되는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팟을 출시할 때 아이튠즈 스토어를 개발했고,아이폰을 내놓을 때는 앱스토어를 구축해 제품과 소프트웨어가 연결되도록 했다.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면 고객을 붙잡아 두는 효과가 크다. 윈도를 컴퓨터 운영체제로 쓰는 고객은 윈도용 프로그램을 많이 설치할 수밖에 없고,윈도용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할수록 다른 운영체제로 바꾸기 어려워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핵심 기술을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나무마루 시공업체인 SC존슨은 나무마루에 광택제를 쉽게 뿌릴 수 있는 에어로졸 기술을 개발했다. SC존슨이 이 기술을 나무 광택제를 뿌리는 데만 활용했다면 이 회사는 나무마루 시공업체에 머물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SC존슨은 에어로졸 기술을 '나무 광택제를 뿌리는 기술'이 아닌 '액체를 고르게 분사하는 기술'로 보고 다양한 분야에 응용해 가구 광택제,공기청정제,살충제 등의 제품을 생산했다.

고객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플랫폼을 발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기업 경영의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 제품 브랜드 거래관계 등 모든 것이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제품 플랫폼은 제조업,고객 플랫폼은 서비스업이라는 식의 선입견에서 벗어나 다양한 종류의 플랫폼을 균형 있게 활용해야 한다.

플랫폼을 구축하고 정착시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일정 기간 손실이 나기도 한다. 따라서 단기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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