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120명이 한자리에 모인 G20 서울 비즈니스 서밋(B20)의 둘째날 일정이 11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진행됐다. 참석 CEO들은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갖고 △무역 · 투자 활성화 △금융건전성 △녹색성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4대 의제 및 경제현안 해결을 위한 다양한 해결책을 논의했다.

비즈니스 서밋은 이날 오후 무역과 투자 활성화를 G20 정상회의의 고정 의제로 삼고,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 등을 골자로 한 20개 건의항목을 담은 공동 선언문을 채택한 뒤 폐막했다.


◆"G20 정상들이 B20 더 원할 것"

개막총회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사공일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손경식 비즈니스 서밋 조직위원장과 글로벌 CEO 등 270여명이 참석했다. 34개국의 주요 기업인들이 모인 초대형 국제행사에 걸맞게 7개 국어로 동시 통역됐다.

이 대통령은 환영사를 통해 "경제를 살리고 활성화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기업"이라며 "세계 경제위기를 완전히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려면 궁극적으로 기업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하며 전 세계 민간 기업들이 기업가정신 제고를 통해 각국 정부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비즈니스 서밋의 개최 의의와 향후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몇몇 기업인들이 이번 '한국형' 비즈니스 서밋이 상설화될 것인가에 대해 걱정하고 있지만 여러분이 한 역할을 보면 여러분이 G20 정상회의를 필요로하는 것 이상으로 G20 정상회의가 여러분을 모시길 원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운드테이블 회의에 8개국 정상 참여

개막총회 직후 시작된 4개 의제별 라운드 테이블 회의에는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 등 8개국 정상이 참석,CEO들과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녹색성장 분과에 포함된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규제가 더 강화돼야 한다"며 "각국 정부에서 법적 구속력을 가진 공동 규제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녹색 경제는 그 잠재력이 무한하다"며 "향후 10년간 녹색 성장과 관련해 100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무역 · 투자 활성화 분과에 참석,"각 국가들이 위기 극복 과정에서 대형 산업 부문에 우선 순위를 두고 경쟁력을 강화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에 덜 신경을 쓰게 됐다"며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서민과 빈곤층을 양산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마 대통령은 극단적 규제 완화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주마 대통령은 "국가별 상황과 개발과제가 다르기 때문에 지금은 단일한 코드를 적용할 수 없다"며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과 규제 완화가 오히려 무역 ·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금융건전성 분과에서 "금융은 물품 생산과 서비스 등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본연의 역할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 성장을 위한 사고전환 필요

오찬 행사에는 G20 정상을 대표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참석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경제위기는 단기간의 성장만을 추구해서 일어난 일"이라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해야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가 공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며 단순히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돈을 제대로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폐막 총회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참석,"행사규모와 의제에서 모두 역사적인 행사가 될 B20을 차질 없이 준비한 한국 정부와 조직위원회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며 "이번 서울 B20이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민 · 관 협력을 이끌어 낼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