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0일 본회의를 열어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핵심법안 중 하나인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투표 참여 의원 243명 중 찬성이 241표였다. 대 · 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 개정안도 오는 25일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함에 따라 유통업계 전반에 큰 파장이 일 전망이다.

개정 법률이 시행되면 전국 상권의 30%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대형마트를 새로 열기가 힘들어진다. 유통업체들은 신규 출점지역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기존 가맹사업모델을 대폭 수정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유통법 개정안의 핵심은 전국 재래시장(1550여곳)과 중소기업청장이 정하는 전통 상점가(39곳)의 경계로부터 500m 이내를 해당 시 · 군 · 구청이 '전통상업보존지역'으로 지정하고 이 지역에서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나 SSM의 신규 등록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출점 자체를 제한하는 규제는 처음"이라며 "지역 상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대다수의 지방자치단체들은 규제 지역에서 등록을 받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재래시장 인근 부지를 매입하거나 임차한 후 각종 인 · 허가를 통과해 공사를 진행 중인 점포들의 개점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연내 개점을 추진 중인 대형마트 가운데 홈플러스 하남점,롯데마트 창원 중앙점 등 3~4곳은 재래시장 경계 500m 안에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를 한 곳 여는 데 많게는 수백억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개점 준비를 끝내고도 열지 못하면 손해가 막심할 것"이라며 "개정법 시행 이전에 공사를 시작한 점포들에 대해선 하위 법령에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마련 중인 시행령 · 규칙 개정안에는 예외 규정을 두는 내용은 없다"며 "이미 인 · 허가를 받아 공사 중인 점포에 대한 규제 여부는 좀더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SSM 출점 속도도 둔화될 전망이다. 롯데슈퍼 GS수퍼마켓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SSM '빅3'의 점포 수는 이날 현재 653개로 올 들어서만 가맹점 34개를 포함해 157개 늘어났다. 한 SSM업체 관계자는 "전체 점포 중 30~40%가 재래시장 500m 이내에 있다"며 "등록 제한이 이뤄지면 출점 가능 점포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상생법이 시행되면 유통업체가 총비용의 51% 이상을 부담한 SSM 가맹점은 직영점과 마찬가지로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돼 개점에 제약을 받는다.

현재 18개와 11개의 가맹점을 운영하는 홈플러스와 GS의 프랜차이즈 모델은 점주가 15~20%가량 부담하기 때문에 사업조정 대상이 된다. 이들 업체는 사업조정을 피하기 위해 점주의 초기 투자비용을 50% 이상 늘리는 모델을 검토하고 있지만,가맹사업 자체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개점 비용이 평균 10억~20억원 들기 때문에 점주가 최소 5억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며 "대출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이만한 초기 비용을 감수하고 가맹점을 하려는 중소상인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김형호 기자 toughlb@hankyung.com


◆ SSM

슈퍼 슈퍼마켓(super supermarket)의 줄임말로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불린다. 원래 점포 크기 기준으로 매장면적 1000~2000㎡(300~600평) 규모에 넓은 주차장을 보유한 대형 슈퍼마켓을 의미했다. 요즘은 규모와 상관없이 대기업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을 뜻한다. 최근 출점하는 SSM 중에는 330㎡(100평) 미만의 소형 점포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