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식 세계화 과정에서 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한 것이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규제 완화와 글로벌화에 원인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앞으로 국가 권력은 상당 부분 시장에 이양될 수밖에 없다. "(자크 아탈리 플래닛파이낸스 회장)

세계적인 석학이자 미래학자인 아탈리 회장과 반(反)신자유주의론자인 한국의 석학 장하준 교수가 만났다. 글로벌 인재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이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 지난 27일 점심을 함께하며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다.

두 석학은 경제 문제부터 정치,사회,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얘기를 풀어갔다.

▼장하준 교수=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한 의견을 묻고 싶다. 나는 상당 부분 미국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 주식시장을 통제하지 않았고,금융시장에서도 과도한 인센티브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냈다.

▼자크 아탈리 회장=지나친 규제 완화와 세계화 추세가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국가권력이 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현 세계는 2개의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시장과 민주주의다. 둘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국가 단위,지역 단위로 이뤄지고 있는데 시장은 세계적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문제다.

▼장 교수=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내달 서울에서 열린다. 신흥국의 위상이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아탈리 회장=앞으로 세계 경제는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필리핀 터키 등 '넥스트 11'이 이끌 것이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BRICs)에 이어 넥스트 11이 세계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리라고 본다.

▼장 교수=한국에서는 값싼 노동력을 보유한 중국 때문에 제조업에 미래가 없다는 인식이 많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제조업을 포기하고 다른 분야에서 우리가 선전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탈리 회장=제조업과 콘텐츠 비즈니스가 분리돼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미국의 차를 살 때 사람들은 '아메리칸 드림'도 함께 산다. 한국은 지금까지 잘 해왔다. 기초 체력도 튼튼한 편이다.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충분히 제조업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장 교수=한국 출산율이 낮은데.

▼아탈리 회장=적절하고 적극적인 가족 정책이 필요하다. 프랑스에서는 가족정책에 1500억달러를 썼다. 자녀가 둘 이상인 가정에는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가족수당을 지급하고 육아휴직 등도 충분히 보장해 출산율을 높일 수 있었다.

▼장 교수=동의한다. 다만 한국에서 프랑스와 같은 정책을 추진하려면 우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민자가 전체 인구의 25%가 돼도 받아들일 의향이 있느냐,아니면 세금을 더 내고 저출산 해결에 돈을 쓸 것이냐다. 세금도 안 내고 이민도 받기 싫다는 것은 곤란하다.

▼아탈리 회장=중국이 '한 자녀 정책'을 추진한 것은 심각한 실수다. 자살하는 것과 다름없다. 인구는 모든 것의 기반이다.

서보미/강유현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