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규제 완화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일 때 '시장 중시자'로서의 면모가 가장 두드러졌다.

장 교수가 "규제 완화로 대표되는 그린스펀 전 의장의 시장 중시 정책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야기했다"고 책임론을 제기하자 "시장 중시 정책,규제 완화가 경제위기의 원인이 아니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대담 도중 장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발생과 관련해 그린스펀 전 의장에게 제기된 책임론 중 일부는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며 "FRB 의장 재직 당시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거의 실시하지 않은 점을 지적할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일부 금융사들이 과도한 규제 완화정책에 편승해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파생상품을 마구 만들었고,이들 파생상품이 전지구적 위기를 야기했다"며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규제 완화가 경제위기를 야기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장 교수의 공격에 대해 그린스펀 전 의장은 "규제 완화가 위기의 근본 원인이 아니다"고 침착하게 반박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모든 종류의 혁신은 미국경제에 큰 도움이 됐고 금융분야에서 대표 혁신이라 할 수 있는 파생상품의 확산도 미국 경제에 긍정적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다만 모든 혁신은 일정 부분 실패 가능성도 수반하는데 지난 10년간 미국 경제 주체들이 실패 가능성을 간과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였다"고 진단을 달리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