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때때로 불거져 나오는 노사분규 소식,여러분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노사분규 사업장을 방문해보면 관계자들은 대부분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강성 집행부이기 때문에 한번은 치르고 가야 하는 행사였다"고 말합니다. 이런 노사분규는 예방할 수 없는 것일까요. 노사 안정과 협력을 경영의 핵심 과제로 삼은 적절한 실행만 뒷받침된다면 노사분규 예방이 가능합니다.

허버트 하인리히의 '1 대 29 대 300법칙'에 따르면 사고는 일어나기 전 일정기간 여러번의 경고성 사인을 보낸다고 합니다. 한번의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이미 그 전에 비슷한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있었고,그 주변에서는 300번의 이상 징후가 감지됐었다는 것입니다. 이 법칙에 따르면 노사분규도 발생하기 전 몇 가지 사전 증후군이 나타납니다. 노사분규의 사전 증후군 다섯 가지와 그 시사점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언비어와 회사 비방 낙서

사내에 유언비어나 회사비방 낙서 등이 나타났다는 것은 노사불신이 커지고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닭장도 서러운데,개밥이 웬 말이냐'는 식의 말이 돌 경우,무엇을 뜻할까요. 닭장은 회사가 제공하는 기숙사 시설이고 개밥은 회사가 제공하는 식사 품질을 비난하는 내용으로,회사가 제공하는 복리후생 제도도 불만 사항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임금 인상 1% 재원은 5억원인데,사장이 받는 성과급은 10억원이다'란 식의 비방도 노사 갈등을 조장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죠.

이렇게 노사 간 입장이 달라 사소한 오해가 쌓이다 보면 불만과 갈등으로 증폭되기 때문에 노무관리에 면역력이란 없는 셈입니다. 오히려 미완성교향곡이나 당뇨병처럼 봐야 합니다. 노사관계의 생명은 신뢰와 존중이기 때문에 믿음을 주지 못하고 상대를 무시하게 되면 언제든지 갈등이 생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합병증에 있듯이,노사관계가 불안하면 생산이나 품질 등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결국 경영에 지장을 주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죠.

#문제 은폐 · 축소,그리고 핑계

다음은 노사담당자나 조직 책임자들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 노사문제가 일어난 것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것입니다. 일시적인 사건 · 사고로 간주하거나 책임을 떠넘겨버리다 보면 문제의 본질 파악이 지연돼 불만이 가중됩니다. 분명하게 보고하지 않고 "사장님,걱정하지 마십시오.제가 알아서 다 처리했습니다"로 일관하는 보고는 눈가림이나 임시 땜질식 처방을 했다는 뜻이 됩니다. "위원장이 강성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란 말은 상대 탓하기밖에 안 됩니다. "문제를 일으킨 누구누구만 징계하면 끝납니다"란 말은 징계 만능주의를 지향하는 것이며,"우리 부서는 완벽하게 관리했는데 그쪽 부서가 잘못해서"란 말이 나오면 팀워크 허물기에 딱 좋은 방법이 되는 것이죠.

당장은 어렵고 힘들더라도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일관성을 갖고 개선해나가는 실행력이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용이 들더라도 인적 자원이 고효율을 창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가 노무관리의 핵심입니다. 노사협력이란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는 수행력이므로 일할 맛,신바람 나도록 하는 투자가 필요합니다.

#실적 · 정보가 불투명한 경영 방식

노사분규 증후군의 세 번째는 경영 실적이나 환경 정보를 공유하지 않음으로써 경영의 투명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노동조합에서 하는 행태를 보고 결정한다'는 식으로 이해관계만 중시한다거나,'돈이 얼마나 드는 일인데,제 돈이 아니라고 그런다'는 식으로 제몫 찾기를 중시하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또 '경영 실적은 임금 협상할 때나 알리면 되고,그것도 경영환경이 어렵다고만 하면 그만'이란 식의 장막 경영도 투명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요인이 됩니다. 조직 구성원들이 경영환경 변화를 예측하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준비하게 하는 것과 회사가 해줘야 할 것은 확실하게,그것도 되도록 빨리 해주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노동조합보다 못한 조직책임자

네 번째 증후군은 "관리자에게 고충사항을 아무리 말해도 회답이 없는데,노동조합을 찾아가면 바로 해결이 되더라"입니다. "내가 무슨 힘이 있나,노동조합에 가봐"라면서 방관하다 보면 노동조합의 결집력만 강화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나는 해주고 싶은데,부장이 허락을 안 한다"는 식으로 안 되는 일이나 어려운 일은 상사를 파는 언행으로 방임하다 보면 경영자의 리더십은 약화되고 맙니다.

조직구성원들이 회사나 관리감독자를 내 편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그래서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감성 노무관리입니다. 밀어주고 이끌어주고 보여주는 솔선수범의 리더십이 필요하며,경영정보와 실적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약속을 꼭 지키는 노력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원칙을 타협하거나 무리하게 양보

노사분규 증후군의 마지막 항목은 노사문제 해결에 있어 원칙을 지키기 못하고 원칙을 타협하거나 무리한 양보 교섭으로 '고성불패(高聲不敗) 공화국'을 만들어버리는 것입니다. "교섭을 하면 할수록 더 나온다"며 장기 교섭이나 흥정으로 이끌어가기도 하고 "울어야 젖을 준다"며 강경 투쟁에 돌입하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회사가 내세우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협상용에 불과하다"며 원칙을 타협하려 들고 무질서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죠.여기서 더 나아가면 "내 임기 동안만 참아 달라"는 사정애걸 교섭으로 악화돼 분규는 연례행사가 될 것입니다.

노사관계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원칙이 바르게 설 때만 건전하게 발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업의 악순환은 법과 원칙 대응으로 차단해야 합니다. 무노동과 무임금 원칙은 예외 없이 적용해야 하고,인사 경영권은 경영자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침해는 용납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또 불법적 행동에 대해서는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함과 동시에 사규(社規)에 의한 인사 조치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임금 및 근로조건 수준은 동종 업계에서의 경쟁력과 회사의 실제 지불 능력을 고려해서 직원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갖도록 해야 합니다. 투명하고 창의적인 경영으로 화답할 줄 알면서 노동 3권의 존중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죠.

#'창조적 CEO'가 노사관계의 해답

이렇듯 노사 불안의 징후는 여러 곳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만큼 남들과 똑같은 사물이나 사실을 보더라도 남다른 해석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남들과 다르게 보고,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해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보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죠.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환경이나 운명을 탓하기보다는 발상을 전환하고 창조 능력을 발휘하며,선행 관리하는 리더들이 필요합니다.

이런 리더들은 외부에서 채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CEO 여러분의 일거수일투족과 일언반구를 주시하며 평소에 육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노사협력 구축에는 지름길이 없고,노사관계의 변화나 협력은 CEO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한만진 GH그룹 대표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숭실대 노사관계대학원,고려대 노동대학원,숙명여대 최고지도자 리더십과정 수료 △LG전자 인사ㆍ노경팀장(상무),LG전자 중국지주회사 HR팀장(상무),LS산전 경영관리담당(전무),서울지방노동위원회 사용자위원 △현 한국인사관리협회 자문위원,신노사문화연구소장,한ㆍ중 글로벌 HR연구소장 △저서='중국 HR실행과제''중국 노무관리사례집' hanmj@paran.com




정리=이주영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연구원 ope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