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안철수연구소를 줄곧 따라다녔던 질문은 'V3 말고 다른 제품은 없느냐'였습니다. 이제는 자신있게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사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안철수연구소 본사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 BIZ Insight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초석을 다지는 해"라며 "몇 년 전부터 준비해온 성장엔진들이 속속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안철수연구소는 보안 컨설팅,보안 장비,산업용 특화 제품,모바일 서비스 등 다양한 보안 제품과 서비스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안 전문업체라는 타이틀에 머물지 않고 종합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의 변신에 나섰다.

▼올해 초 모바일 전담 조직을 구축했는데,기존 사업과의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습니까.

"보안 사업 위주의 기존 조직 구조에서는 모바일 사업은 엄두도 못 냈죠.그래서 모바일 개발인력들을 외부에서 스카우트해왔습니다. 아직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면서 사업 모델을 가다듬고 있는 단계입니다.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모바일 보안 관련 결과물들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악성코드 퇴치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모바일 디바이스의 도난 방지,보안 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주가가 지난 4월 3만원대까지 올랐다가 다시 1만8000원대로 떨어졌습니다. 모바일 사업에 대해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요.

"당시 주가가 반짝 오른 것은 스마트폰,클라우드 컴퓨팅 등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모바일 사업에 대해 안철수연구소의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실체가 없습니다. 하지만 '보이는 것' 보다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관련 시장은 커지고 있고,안철수연구소는 꾸준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전문 보안 인력이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대거 충원한 이유는 뭔가요.

"보안 사업을 하더라도 소프트웨어 인력이 필요합니다. 온라인 보안 서비스에서 중요한 건 보안 기술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이죠.모바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보안과 소프트웨어가 만나는 접점이 점점 늘어날 겁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인력을 확충하고 있는 거죠.보안사업과 직접 관련 없는 모바일 사업도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분야의 사내 벤처도 준비 중입니다. "

▼첫 사내 벤처였던 노리타운 스튜디오의 분사가 업계에서 화제입니다.

"2006년 시작한 사내벤처 '고슴도치 플러스'를 '노리타운 스튜디오'로 이름을 바꿔 최근 분사했습니다. 소셜네트워크게임(SNG) 개발사인데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고 자생력을 더 키우기 위해 분사를 결정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소셜 네트워크 게임 개발과 투자가 활발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국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규모가 작은 데다 폐쇄적 환경을 고집하고 있어 페이스북에 소셜 네트워크 게임을 제공해 성공을 거둔 징가 같은 사례가 나오기 힘든 구조입니다. 소셜 네트워크 게임은 문화적 특성도 감안해야 합니다. 노리타운 스튜디오가 만든 소셜 네트워크 게임 '해피아이돌'이 일본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믹시를 통해 서비스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

▼인수 · 합병(M&A)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회사의 역량을 키우는 데 M&A가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 적극적으로 인수대상을 물색하고 있습니다.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습니다. M&A를 할 만큼 매력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을 찾기 어려운 탓도 있다고 봅니다. 국내에는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을 가진 소프트웨어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제품을 갖고 있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라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설 작정입니다. "

▼모바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글로벌 보안기업들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안철수연구소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최근의 변화는 '보안 2.0'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바일 디바이스,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확산으로 장벽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보안회사들에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합니다. PC 시절에는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백신 소프트웨어만 공급하면 됐지만,이제는 단순 치유에 그치지 않고 사이버 공격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PC,스마트폰,태블릿PC 등 여러개의 디바이스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사이버 침해로 인한 피해가 엄청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안철수연구소는 글로벌 보안업체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보안을 하면서 악성코드를 분석하는 조직까지 갖춘 곳은 전세계에서 안철수연구소밖에 없습니다. 가령 분산서비스공격(DDoS)이 악성코드에 감염된 좀비PC에서 시작하는데,이런 과정을 한 눈에 보고 대처할 수 있는 기업은 안철수연구소뿐입니다. "

▼인텔의 맥아피 인수,휴렛패커드(HP)의 아크사이트 인수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보안기업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미국 보안회사들은 대부분 피인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보안을 미래의 비즈니스 키워드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M&A를 통해 대형화한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자칫 집중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죠.덩치를 키우는 것도 좋지만 시장과 고객의 니즈에 맞춰 사업 방향을 잡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안철수연구소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선택과 집중입니다. 특히 보안의 사각지대를 발굴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최근 이란과 중국을 강타했던 스턱스넷이 대표적입니다. 스턱스넷은 보안 문제가 PC의 정보 유출에서 시스템 안전으로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특정 시설과 장비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면 사회 인프라나 기업의 전산망이 올스톱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스마트폰이 일반화되고 스마트워크,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과 접목되면 보안 산업의 트렌드는 네트워크와 시스템 보안으로 옮겨갈 것입니다. "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