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998년 국민연금법을 잘못 손질하는 바람에 최대 243만명이 평생 연금보험료를 내고도 연금을 한 푼도 못 타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은 18일 '연금 사각지대'라는 국감분석자료를 통해 "정부와 정치권이 1998년 연금 수령 시기를 현행 60세에서 2013년부터 5년 단위로 1년씩 늦추기로 결정하면서 가입 연령을 함께 조정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2013년에 당장 34만8000명이, 2033년까지는 총 243만명이 연금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료만 내고 연금은 못 타게 되는 사정은 이렇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연금 지급조건을 △퇴직 후 만 60세 이상이 됐을 때 노령연금을 주거나 △연금 가입기간 중 불의의 장애나 사망사고를 당했을 때 본인과 유족들에게 장애 · 유족연금을 주는 경우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장애 및 유족연금이다. 현행 연금법상 가입기간은 만 18세부터 59세까지다. 법 개정 전이라면 올해 만 57세인 1953년생 가입자는 2013년이면 만 60세가 돼 가입 기간을 벗어나면서 노령 연금을 타게 된다.

그런데 법 개정으로 2013년부터 노령연금 수급연령이 61세로 조정됨에 따라 이들은 2013년엔 가입자 신분도 아니고,연금 수급자 신분도 아닌 상태가 된다. 이때 장애를 당하거나 사망하게 되면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을 한 푼도 못 받게 된다. 현행 국민연금법이 장애연금이나 유족연금 수급조건을 가입자 신분으로 한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공 의원은 "이런 엉터리 법 개정 때문에 당장 3년 뒤인 2013년엔 1953년생으로 만 60세가 되는 34만8000명이 다치거나 사망했을 때 보험료만 내고 연금을 한 푼도 못 타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장애연금은 1등급의 경우엔 노령연금 100%에 부양가족연금을,2등급은 노령연금액의 80%에 부양가족연금을,3등급은 60%에다 부양가족연금을 얹어주고 있다. 연금수급자가 사망했을 땐 유족들에게는 수급자가 받을 노령연금액의 40~60%가 지급된다. 문제는 가입자 연령조건을 노령연금 수령개시 연령에 맞춰 조정하지 않을 경우 해마다 이런 위험에 처하게 되는 퇴직자 수가 급증하게 된다는 점이다. 공 의원은 연금수령 나이가 64세까지 늦춰지는 2033년까지 총 242만8000명이 사각지대에 놓일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그 이유로 정치권의 무지를 꼽는다. 1998년 연금법 개정 당시 이 문제는 핵심이 아니었다. 당시 법 개정의 초점은 연금 재정 안정을 위해 △연금 수령시기를 2013년 61세→2033년 64세로 늦추고 △소득대체율을 70%→60%로 낮춘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연금 가입자 조건을 바꾸는 법률개정 문제를 정치권에서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에 법 개정을 통해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