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지난 8월5일 이후 두달 넘게 지하 600m의 대피소에 갇혀 있는 칠레 광부 33명이 오는 13일부터 구조될 것이라고 칠레정부가 11일 밝혔다.라우렌세 골본 칠레 광업부 장관은 “완성된 구조 갱도의 일부를 먼저 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칠레정부는 지난 9일 광부들이 매몰돼 있는 지하갱도까지 지름 28인치의 구멍을 뚫는 데 성공했다.매몰 광부들은 탈출 캡슐을 타고 한명씩 구조 갱도를 통해 나오게 된다.12명의 엔지지어들이 이날 오전까지 피닉스로 이름 붙여진 철제 캡슐의 설치 작업을 끝낼 예정이다.

골본 장관은 “13일부터 48시간 연속으로 광부 구조작업을 벌일 것” 이라며 “그러나 정확한 시간대는 아직 예측할 수없다”고 말했다.그는 “남은 과제는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 이라며 “진행하고 있는 플랜 B에 차질이 생길 경우에 대비해 플랜 C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구조팀은 광부들의 혈압과 체온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광부들이 구출과정에서 기압 변화로 겪게 될 건강문제도 대비하고 있다.

칠레 북부 산 호세 광산 앞에 마련된 ‘희망 캠프’에는 광부 가족 및 친지 외에 33개국 5000여명의 외신기자들을 포함한 10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광부들의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광부 아리엘 티코나 야녜스의 어머니 마리아 야녜스(54)는 “두달 동안 매일 아침 캠프를 찾아 아들 소식을 기다렸다” 며 “구조작업이 잘 진행돼 아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나오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열아홉 살로 33명 중 최연소 광부인 지미 산체스의 처형인 록사나 아발레스(30)는 “밝고 다정했던 지미가 무척 그립다” 며 “생후 4개월 된 지미의 딸을 비롯한 가족들이 지미를 만날 순간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광부들의 2개월여에 걸친 사투를 소재로 한 책과 TV 다큐멘터리,영화들이 줄줄이 선보일 예정이라고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가 11일 보도했다.이 신문은 세계적인 대형 출판사 랜덤하우스가 광부들이 구조된 뒤 60~90일 안에 이들의 생존 스토리를 책으로 엮어 출간하겠다고 밝힌 사실을 전하면서 “33명의 영웅들에 관한 책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TV 채널 ‘안테나 3’이 광부들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 제작 계획을 밝히는 등 칠레는 물론 세계 주요 TV 방송사들의 다큐멘터리 영상물도 잇따를 예정이다.앞서 칠레 영화감독 로드리고 오르투사르는 지난 8월5일 광산 붕괴 사고 이후 17일 만에 광부들의 생존 사실이 알려진 뒤 픽션과 사실을 바탕으로 매몰부터 구조까지의 과정을 영화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화 제목은 33명의 광부들이 쪽지에 쓴 붉은 글씨로 “33명 모두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린 데 착안해 ‘33인’(The 33)으로 정해졌다.영화 상영 시간도 1시간 33분이다.영화 상영으로 얻어지는 수익은 광부의 자녀들을 위한 교육 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