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투자 해,말아~."

금값이 예사롭지 않다. '어~어~'하는 사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폭주기관차 같은 상승기세를 보이더니,지난 주말(8일)에는 1% 가까이 급락해 한때 온스당 1335달러로 주저앉는 등 숨고르기 양상을 보였다. 최근 들어 금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은 '상투를 잡은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일찌감치 투자에 나서 상당한 차익을 올린 지인들의 '싱글벙글'에 '투자 한번 해볼까' 마음먹었더라도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는 게 요즘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급할 이유가 없다'고 조언한다. 조정장세를 확인한 뒤 투자해도 늦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통화가치 하락 '황금랠리' 떠받쳐

금값은 올 들어서만 22%가량 오르는 급등세를 연출했다. 10년 전에 비해서도 5배나 올랐다. 상승폭이 너무 크다는 분석이 나올 만한 배경이다. 하지만 추세를 이어갈 만한 조건이 워낙 강하게 조성되고 있어 조정론과 비관론이 묻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확전일로인 미 · 중 · 일 간 환율전쟁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투자자들은 금을 '절대통화'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존 스폴 바클레이즈캐피털 귀금속 애널리스트는 "불확실성이 자꾸만 커지자 이를 헤지하는 마지막 기축통화격인 금을 선택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금을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모두 헤지할 '양수겸장'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어느 방향으로든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결국 자금흐름은 안전자산으로 수렴할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 최근엔 각국 중앙은행까지 금사들이기에 나서면서 사재기 경쟁까지 가열되는 양상이다.

너도나도 금 투자에 관심을 갖다보니 투자할 수 있는 금관련 상품도 인기다. 국내 시장에도 이미 금 펀드,금 선물,골드뱅킹(금예금),금 상장지수펀드(ETF),금 파생결합증권(DLS) 등 다양한 직 · 간접 금투자상품이 출시돼 있다. 대부분 금 현물이나 선물가격에 수익률이 연동하도록 설계돼 있어 자금사정과 투자취향 등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수익률도 좋다. 대다수 금 펀드는 올 들어 대략 15~25% 안팎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올해 세계 주요국 주가지수가 1~3%가량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추가상승'vs'거품경계' 공방

금값은 조정을 거칠 만한 가격대에 올라왔지만,조정이 끝나면 '더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골드만삭스는 올 연말 온스당 133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고,도이체방크는 내년에 1700달러를 깰 것이란 전망치를 내놓았다. 일부에선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계산한 사상 최고가(2250달러 · 1980년 2월)도 조만간 넘어설 수 있다는 '대세상승론'까지 흘러 나온다. 존 켄달 크레디트스위스 애널리스트는 "본질가치가 확실한 실물자산에 매력을 느낀 장기 투자자들이 몰리기 시작한 게 최근의 두드러진 변화"라며 "올 연말 1400달러를 뚫은다 해도 놀랄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관심은 조정이 본격화된다면,어느 정도가 될 것이냐로 모아진다. 지난주 한때 온스당 1350달러 선 안팎까지 치고 올라갔던 금값은 일단 주말에 1%가량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조정 가능성을 보여준 상태다. 1300선을 기점으로 재상승 추세를 확인하는 공방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많다. 안드레이 크리첸코프 VTB 캐피털애널리스트는 "1300달러 이후에는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이 많이 몰려나와 조정장이 상당 기간 전개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의 경고처럼 거품붕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계론도 없지 않다. 래리 영 커버넌트트레이딩 대표는 "개미 투자자들이 금값 최고가 경신 기사에 홀려 금을 추격 매수할 때를 기다리는 트레이더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향후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선 분산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금값이 상승한 만큼,불확실성이 걷히면 얼마든지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주성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금값은 지난 10년간 부동산이나 주식보다 수익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변동성은 더 컸다"며 "운용 자산의 금 편입비율을 20~25% 정도로 낮게 가져가거나 주식처럼 수익률 폭을 정해 놓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