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조선과 해운을 중심으로 조선기자재,기계,에너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과 리조트 사업에도 진출했다. STX 계열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건설업에도 진출해 있다. 2009사업연도 기준으로 국내 매출 15조3000억원 중 조선 4조2000억원,해운이 4조원으로 두 부문이 54%를 차지하고 있다. 조선기자재 및 기계가 3조6000억원(엔진 1조6000억원,메탈 1조원,중공업 1조원)으로 전체 매출의 24%를 담당한다.

조선 해운 조선기자재 사업은 서로 비슷한 업황 사이클을 갖고 있어 그룹 매출과 이익의 변동성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는 STX그룹이 경기하강 국면에서는 리스크가 높아지지만,상승국면에서는 반대로 회복세가 빠르다는 점을 시사한다.

◆2000년대 탄생한 유일한 대기업 집단

우선 STX그룹의 성장 스토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장전략은 그룹의 지원 아래 집중적으로 비상장 기업을 키운 뒤 기업을 공개하는 방식이었다.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자금은 다시 재투자되거나 다른 인수 · 합병(M&A)에 투입됐다.

STX그룹은 계열사를 상장할 때마다 유동성을 보강해 다시 레버리지를 일으켜 M&A를 시도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STX팬오션,STX메탈은 각각 2007년과 2009년 증시에 입성했고,여기서 조달한 자금은 추가 M&A와 차입금 감축에 사용됐다.

STX그룹의 M&A는 국내에 국한되지 않았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조선 · 해운업 호황기에 벌어들인 돈과 STX팬오션을 상장해 조달한 자금으로 STX그룹은 해외 기업 M&A를 시도했다. 총 1조8000억원으로 노르웨이의 크루즈 선사인 아커야즈를 인수했지만 조선경기가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2008~2009년 어려움을 겪었다.

STX그룹은 이에 대응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아커야즈의 해외법인에 대해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STX조선해양은 지분 희석을 감수하면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고,조선해양 지분을 STX에 매각해 유동성을 확충했다. 또 STX메탈을 기업공개해 추가로 자금을 조달했다.

STX그룹은 중국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STX중국다롄조선집단은 조선,조선기자재,기계,건설,금속,물류 등 13개 법인으로 구성돼 있다. 인건비 절감을 통해 벌크선 등의 저부가가치 선박에서 가격 경쟁력이 탁월하다. 수주 증가로 중국다롄조선집단의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되는 추세다.

◆향후 IPO 성사 여부가 재도약 변수

STX그룹의 '집중육성 후 기업공개'라는 전략은 앞으로도 유효하다. 현재 그룹 내에서 기업공개가 가능한 기업은 STX에너지,STX유럽,STX중공업,STX다롄,STX솔라 등을 들 수 있다. 실적 개선이 빨라질수록 이들 기업의 기업공개 시점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STX유럽 지주회사의 100% 자회사인 STX노르웨이는 이르면 이달 말께 홍콩이나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산하에 3개 해외법인을 거느리고 있으며 최근 1년 새 특수목적선 18척을 수주하는 등 실적이 안정적이어서 기업공개에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상장에 성공할 경우 5000억원가량의 차입금 상환이 가능해져 재무위험이 크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후에는 STX중공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적정 밸류에이션에 이르면 내년 중 국내 증시에 상장할 가능성이 있다. STX다롄은 추가 수주 후 매출과 실적이 개선되면 홍콩증시 상장이 예상된다. 개별 법인별로 상장하는 방법과 수익성이 개선된 법인만 지주회사 아래로 묶어 지주회사를 상장시키는 방안이 있다.

경기 회복 사이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STX그룹은 상장을 통해 최대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자금은 사업에 재투자되거나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수 있어 그룹을 한 단계 레벨업시킬 것으로 보인다.

STX그룹은 최근 2년6개월간 조선해양과 팬오션에서 총 3조2000억원의 차입금이 발생했다. 선박 임대에 수반되는 금융리스 부채를 제외하면 늘어난 차입금은 2조4000억원이다. 하지만 해운운임 상승과 수주 선박의 증가로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있어 이자보상배율은 올라가는 추세다.


◆돋보이는 CEO(최고경영자) 리더십

인재를 중시하고 사심 없이 회사 경영에 매진하는 강덕수 회장의 리더십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STX그룹 탄생에는 강 회장의 역할이 지대했다. 그는 신규 대기업의 탄생이 어려워진 2000년대 들어 오늘의 STX그룹을 일궈냈다. 강 회장의 인재중시 경영원칙은 이미 언론을 통해 잘 알려져 있고,이런 그의 철학은 STX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흥미로운 점은 강 회장은 현재 STX 지분 12%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어 지배력 확대에 대한 욕구가 어느 다른 대기업에 비해 높다고 볼 수 있다. 후계 구도를 고려하면 최근 수년간 지분 추가 취득을 통해 STX의 지분을 늘릴 법도 한데 그는 지분을 늘리지 않고 있다. 지분을 늘리지 않는 이유는 회사를 개인 소유의 자산이 아니라 사회적 자산으로 보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가 지분 취득에 열을 올렸다면 채권자들은 금융위기 당시 STX그룹에 등을 돌렸을 가능성도 있었다.

STX의 지배구조는 지주회사 형태를 띠고 있지만,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아니다. 계열사 간 출자가 해소돼야 비로소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인정받게 되고 STX로 유입되는 배당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누리게 된다. STX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지분 변동 여지가 있고,이 과정에서 지배구조가 개선되면서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받게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