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추 등 채소류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가격폭등은 유통구조에서 비롯된 문제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구경실련과 YMCA 등 시민단체들은 1일 "평소 몇천원하던 배추값이 1만원 이상으로 상승한 것은 단순히 공급부족 등 수요공급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금의 배추값은 유통과정의 심각한 문제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구 농협성서하나로마트에서는 배추 1포기가 1만2천500원, 대형소매점에서는 1만4천원에 거래돼 추석 직전 포기당 9천원 선보다 30~40% 오른 가격이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채소 산지에서 소위 '밭뙈기'로 거래되는 배추의 유통과정을 감안하면 대형소매점 등에 나와있는 1만원 이상의 배추가격은 특정업자들의 폭리 여부에 주목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올여름 폭염과 잦은 비로 채소류 공급량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감소폭에 비해서 가격 상승폭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수확에 두세달 걸리는 배추의 생산 및 유통과정상 지금 시장에 나온 배추는 몇달전 이미 밭뙈기로 구입한 배추이며, 수확량 감소분을 치러라도 평소 가격의 3~5배로 오를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들 단체는 "농정당국은 농산물산지에서 농민 출하가격과 중간수집상의 공급가격, 유통업체의 판매가격 등을 비교, 조사해 대규모 유통업자의 사재기 등 농간이나 폭리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경북도내 등 농산물 산지의 밭뙈기 거래가격 상승도 소비자가격 오름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안동에서는 작년 평균 김장배추 10포기 정도 생산되는 밭 3.3㎡당 밭뙈기 가격이 작년 4천~5천원 선에 거래됐으나 올해는 7천500원 정도에 거래돼 50~80%나 올랐다.

농산물 산지 관계자는 "배추값 앙등을 틈타 사전에 밭뙈기 거래를 통해 배추 등 물량을 싸게 확보한 상인들마저 폭리를 취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배추값 폭등에 이어 곧바로 김장대란이 닥칠까 우려된다"며 "앞으로 상당기간 농산물 가격이 서민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문제를 다루는 YMCA 시민중계실 관계자는 "농정당국은 농산물 유통망에 대한 정비와 개혁에 힘써 농민들이 헐값에 판 농산물이 약탈적 유통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가격으로 넘어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산물 유통과정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대해 일부 농민과 유통업자는 "오랜 폭염과 가을 폭우로 배추 생산물량이 감소해 재미를 못 봤는데 억울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7월 하순부터 9월초까지 배추를 출하하는 강원 고랭지에는 농민이 대부분 고령이라 봄철 유통업자에게 밭뙈기로 넘기는데 올해 폭염과 가을 장마로 배추 속부터 썩는 '꼴통현상'이 발생, 업자가 출하할 수 있는 물량이 대폭 줄었다.

이 지역 농민들은 "나이먹은 농민이 평소 배추를 싣고 도심을 찾아갈 수 없는데다 받아주는 곳도 없어 중간 유통업자를 통해 팔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구ㆍ춘천연합뉴스) 홍창진 이해용 기자 dmz@yna.co.krrealis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