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일 정책토론회

현대차 사내 하청 8200명 정규직화 땐 年2600억 추가부담
위기 때 정리해고 못하는 고용 경직성이 더 문제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체에도 파견근로 허용해야
[사내하청 '불법' 논란] 도요타엔 합법인 '파견근로' 현대차는 불법…"이러고도 경쟁되나"

"사내하청 근로자를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청 근로자를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문제지만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불경기 때도 근로자 수를 줄일 수 없으니 말입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관계자)

대법원이 지난 7월 사내하청 근로자를 불법파견으로 간주한 판결을 낸 이후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업계 경영진들은 이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은 1일 하도급 문제와 관련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해결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업계는 토론회를 계기로 고등법원이 보완된 자료를 토대로 대법원과 다른 판단을 해 주길 바라는 한편,궁극적으로 국회가 모든 업종에 근로자 파견을 허용하는 쪽으로 근로자파견법을 개정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어떻게 다 정규직 전환하나"

현대차의 사내하도급 근로자는 8200여명(전체의 22%)이다.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매년 2600억원의 추가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회사 측은 추산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내하도급 근로자가 정규직 노조원으로 신분이 전환되면 회사의 탄력적인 인력 운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2년 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현대차는 비정규직의 정리해고를 통해 위기를 극복했고 이를 토대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력에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대법원 판결로 자동차업계는 비정규직 고용을 통한 인력 조절기능을 잃게 됐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근로자 파견을 합법화해 놓은 외국과는 달리 한국이 이를 불법화한다면 현대차의 경쟁력은 도요타나 폭스바겐에 비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대법원의 판결로 사내하청을 쓰는 다른 업종의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조선 철강 전기전자 업체들은 자동차 업체에 비해 수적으론 적지만 사내하청 고용관계는 비슷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업종의 사내하청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고용노동부의 실태점검이 끝난 뒤 정확한 사실관계가 나오면 대책 마련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국내 300인 이상 963개 사업장 근로자 169만명 가운데 21.9%인 36만8590명이 사내하도급 근로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선이 7만9160명(사내하청 비율 55%)으로 가장 많고 철강 2만8912명(41.5%),전기전자 2만7124명(12.4%),자동차 1만9541명(14.5%),화학 1만6628명(20%) 등의 순이다. 고용부는 지난 6일부터 한 달간 현대차 울산공장,GM대우 부평공장,기아차 소하공장,삼성전자 천안공장,삼성SDS,포스코 등 전국 29개 사업장의 사내하도급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근로자 파견 전면 허용해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현대차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근로자파견법의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사내하청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모든 업종에 근로자 파견을 허용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이번 판결은 업종과 기간을 제한한 근로자파견법을 법리적으로만 해석했기 때문"이라며 "규제로 가득찬 파견법을 글로벌스탠더드에 맞게 고치는 것이 사내하청 문제를 푸는 근본 해법"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근로자 파견과 사내하청 도급은 지휘명령권을 갖는 주체만 다를 뿐 업무 성격은 유사하다"며 "하지만 적용되는 법규가 내용에서 큰 차이가 나다보니 엉뚱한 판결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글로벌스탠더드에 맞게 고용 유연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법학)도 "근로자 파견은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면 허용하는 게 대세"라며 "일부 부작용에 대해서는 법적 · 사회적 규제를 통해 최소화하고 근로자 파견 업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파견과 사내하청은 노동시장의 유연화전략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일정한 규칙만 준수하도록 규제한다면 이들 제도는 기업의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 선택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금속노조는 사내 하도급 근로자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킨다는 전략이다. 금속노조는 현재 진행 중인 사내 하청업체와의 임금 및 단체협상을 전면 중단하고 원청인 현대차와의 직접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


◆ 사내하청·근로자 파견

사내하청과 근로자파견은 비슷한 고용 계약형태다. 고용주와 사용자가 다르다는 점도 같고 사용업체(원청) 근로자와 함께 일한다는 점도 같다. 다만 업무의 구체적인 지휘명령권이 사내하청은 일감을 받은 고용주에, 근로자파견은 일감을 발주한 원청업체에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적용되는 법규 또한 다르다. 근로자파견법은 허용되는 업무가 32개로 제한돼 있고 기간은 2년이다. 허용 기한을 넘기면 사용업체에 파견 근로자에 대한 직접고용책임이 주어진다. 반면 사내하청에는 아무런 규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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