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가치의 저평가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환율분쟁이 결국 무역분쟁으로 치닫고 있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는 통화가 저평가된 국가들의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매길 수 있는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을 지난 주말 통과시켰다. 하원 전체회의와 상원 통과 절차가 남아 있지만 중국을 겨냥한 이 보호주의적 규제법안이 가져올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무역적자 중 절반 정도가 대중 교역에서 발생하고 있는데도 중국이 위안화 절상에 소극적인 현실에서 미국의 이 같은 보복성 법안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미국에서조차 중국의 저임금을 배경으로 한 가격경쟁력과 미국의 소비패턴을 대중 무역적자의 근본 원인으로 손꼽고 있다. 이 때문에 환율개혁법안이 오히려 국제무역전쟁만을 야기하는 독소법안이 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높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최근의 중 · 일간 영토분쟁이 희토류(稀土類) 수출금지라는 자원전쟁으로 비화된 것을 감안하면 각국의 이기주의적 무역규제가 갈수록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무역과 투자 장벽을 쌓지 말자고 합의한 게 불과 2년 전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강력히 주장해 공동 선언문에 반영됐지만 이미 무색해진 양상이다. 더욱이 미국은 위안화 문제를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 의제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반발을 불러올 게 뻔하고 다른 국가들에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 경제는 여전히 살엄음판이다. 슈퍼 파워인 두 나라가 서로의 이익에만 매달려 대립할 경우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국은 국제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책임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인위적 위안화 저평가는 자국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도 보복성 법안으로 사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보호무역에 가장 취약하다. 당장 G20 서울회의 의장국으로서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앞으로 빈번해질 무역분쟁에 보다 치밀하게 대비하기 위한 전략 또한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