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 중 · 일 환율전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불과 얼마전 국제공조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자고 다짐했던 사실은 잊은 채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식의 통화가치 절하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 경제에도 큰 파장을 몰고올 게 분명한 일이고 보면 어느 때보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환율전쟁의 직접적 계기는 6년여 만에 이뤄진 일본은행의 시장 개입이다. 일은은 엔화가치가 달러당 82엔대까지 치솟자 2조엔 규모의 시장개입을 단행하며 85엔대로 끌어내렸다. 20년 장기불황을 겪는 상황에서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는 엔고를 더는 묵과할 수 없었던 탓이다.

이에 대해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고,특히 미국은 더블딥 방지를 명분으로 추가적 양적완화 정책을 펴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연방기금 금리를 연 0~0.25% 수준에서 동결하고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달러 약세를 유도해 수출 확대와 경기회복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중국 위안화 절상 압력의 강도도 더욱 높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환율 문제로 발생한 미국과의 긴장관계를 풀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위안화 환율시스템 개혁을 위한 지지세력을 규합하겠다"고 천명했고, 미 하원 세입위원회는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기 위해 발의된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에 대한 표결을 24일(현지시간)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의 이 같은 전방위적 공세에도 중국과 일본은 물론 호락호락하지 않다.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은 무역흑자나 세계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해 압력에 쉽게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일본 또한 여차하면 다시 시장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이미 공언해 놓은 상태다.

미 · 중 · 일이 이처럼 대립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와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위안화와 엔화는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고, 우리 원화 또한 비슷한 추세를 보일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이다.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 · 중 · 일 3국 통화가 동반 강세를 보인다면 그 손익계산은 대단히 복잡해진다. 원화 절상폭이 상대적으로 작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우리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이 같은 환율전쟁은 결국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미 · 중 · 일 환율전쟁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미리 강구해 두는 것이 어느 때보다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