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글로벌 IB(투자은행) 시장에서 씨티그룹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직까지 미국 정부의 지분이 남아 있는 씨티그룹이 인수·합병(M&A) 자문과 주식 판매, 채권 발행 등 IB 부문에서 다른 투자은행들에 밀리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올 들어 유럽에선 최소 12명의 임원들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바클레이스 등 경쟁사의 IB 부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여파로 올해 씨티그룹의 유럽지역 M&A자문 규모는 610억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00억달러에 비해 급감했다. 순위도 1위에서 8위로 떨어졌다.

미국 로치데일증권의 리차드 보브 애널리스트는 “씨티그룹의 최우선 과제는 재무 상태를 정상화하고 시장에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은 올해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에서 진행된 85건의 기업공개(IPO) 가운데 주간사 업무를 단 한 건도 맡지 못했다. 지난해엔 1건에 불과했다. 씨티그룹은 2006~2008년만해도 이 지역에서 43건의 IPO를 담당하며 ‘톱10’ 안에 들었다.

미국과 아시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M&A자문 실적에서 씨티그룹은 9위였다. 지난해 5위에서 떨어진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4위에서 17위로 밀렸다. 글로벌 전체로는 1570억달러 규모의 M&A에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며 8위에 머물렀다. 역시 지난해 3위에서 5단계 밀렸다. 1위를 차지한 골드만삭스는 약 3050억달러의 M&A 거래에 관여했다.

씨티그룹의 IB부문 수입도 지난 2분기 6억7400만달러로 1년 전에 비해 42% 감소했다. JP모건체이스의 37% 하락, 모건스탠리의 21%하락에 비해 감소폭이 더 컸다.

씨티그룹 런던의 전직 임원은 씨티그룹이 중국 등 서유럽 이외 지역의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보너스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 때문에 다른 회사로 옮겼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씨티그룹은 “나간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주요 임원을 다수 영입했다” 며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에서의 은행업도 번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소재 애틀랜틱 에쿼티스 파트너스의 리차드 스테이트 애널리스트는 “씨티그룹은 이머징 마켓에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이행하고 있다” 며 “뉴욕과 런던 등 기존 시장에서의 IB 업무는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해 덜 중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테판 버드 씨티그룹 아·태지역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3년 간 중국의 직원수를 1만2000명까지 3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