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 日 유럽 경제 ㅏ직도 후유증 시달려··· 안전자산에 투자 몰려
[Global Issue] 리먼 브라더스 파산 2주년… 가시지 않은 '금융위기의 그늘'
지난 15일로 미국의 초대형 모기지론 대부업체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2년을 맞았다.

리먼의 파산은 단순히 한 기업의 소멸로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금융위기라는 태풍을 몰고 왔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는 이 태풍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른바 선진국들의 어려움이 크다.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은 경기 회복이 느려지면서 경기가 잠깐 회복됐다가 다시금 소강상태에 드는 더블딥 우려에 허덕이고 있고 일본은 지속적인 엔화가치 상승이 정권 내부의 갈등까지 몰고 오는 중이다.

유럽도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이 터지면서 디폴트가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2주년을 맞아 그간의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의 변화를 조망해보자.


⊙ 리먼브러더스 파산은 무엇인가?

리먼브러더스 파산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단이 됐다.

2007년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의 10대 초대형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업체가 파산하면서 시작된 미국만이 아닌 국제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을 불러온 연쇄적인 경제위기를 말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신용조건이 가장 낮은 사람들을 상대로 집 시세의 거의 100% 수준으로 대출을 해주는 대신 금리가 높은 미국의 대출 프로그램이다.

1977년 관련 법률이 통과됐지만 그동안은 활성화되지 않다 국제 연방은행의 감시가 느슨해졌고 또 대부업체들의 수익률 또한 높았기 때문에 모기지 업체들은 앞다퉈 대출에 나섰다.

초반에는 2000년대 들어 활성화된 미국의 부동산 붐을 타고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를 것만 같았기 때문에 업체들은 연일 상승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모기지 업체들이 신용이 없는 사람한테 대출을 해준 데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채무를 갚지 못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5개의 대표 은행 중 3곳이 파산하기에 이른다.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헤지펀드나 세계 여러 금융업체들이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는데 미국의 집값이 하락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됐고 결국 2007년 4월 미국 2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회사가 부도 처리됐다.

2008년 9월15일에는 리먼브러더스가 약 6000억달러(697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 신청을 했다. 한국에서도 2008년 9월16일 오전 서울 소공동에 있는 리먼브러더스 한국지사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긴급조치를 내려 업무가 정지됐다.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했던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헤지펀드,은행,보험사 등이 연쇄적으로 붕괴했다.

⊙ 2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다.

이후 제법 경제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올 상반기 주요 부양책이 시한을 다한 뒤 기대했던 만큼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2.4%에서 1.6%로 낮아지면서 미국 경제 회복에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기관들도 앞다퉈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UBS는 3분기 성장률 전망을 기존 3%에서 1.5%로 낮췄고 JP모건도 2.5%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고용과 주택시장도 얼어붙었다. 8월 실업률은 9.6%로 전월(9.5%)보다 상승했다.

비농가 취업자 수도 3개월 연속 감소했다. 민간부문 고용 역시 8개월 연속 늘어났지만 증가폭은 둔화되는 추세다.

경제가 어려우니 집을 사는 사람도 없다. 기존주택 판매는 주택 구입자에 대한 세제혜택 종료 등의 영향으로 전월 대비 27.2% 감소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신규주택 판매도 전월 대비 12.4% 감소,1963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경기 회복을 전제로 출구전략을 신중하게 모색하던 연방준비제도는 경기 회복세가 예상외로 지지부진하자 8월부터 정책을 바꿨다.

장기국채를 사들여 시중에 현금(유동성)을 풍부하게 공급하면서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유동성도 생각만큼 크게 증가하지 않아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3500억달러(407조원) 규모의 추가부양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벌써 야당의 반발을 불러오는 등 시행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올 5월 본격적으로 불거진 남유럽 재정위기 역시 세계경제 회복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리스는 1100억유로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지원받게 됐다.

이와 함께 경기 회복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로 인한 긴축에 나서면서 유럽 역시 국가별로 회복이 더딘 모습이다.

⊙ 투자행태 변화… "안전이 최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판도도 달라지고 있다.

금융 위기 재발에 대한 불안으로 안전 자산인 금과 채권에 투자가 몰리는 반면 주식시장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또 글로벌 자금이 위기 이후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신흥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금융위기 발발 2주년을 맞아 '리먼파산 후 새로운 세계'라는 기사를 통해 위기 전후 금융시장의 변화상을 이같이 분석,보도했다.

투자자들 사이에 믿을 만한 수입원을 찾는 추세가 커지면서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와 투기 등급의 '정크본드' 모두에 돈이 몰리는 경향이 강해졌다.

'채권 거품'을 우려하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각국 주식시장은 리먼이 파산을 신청한 2008년 9월15일 이후 발생한 손실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위기 전 보다 90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위기의 진앙으로 지목된 미국 금융주는 2년 전보다 3분의 1이나 낮은 수준이다.

자금이 선진국 증시에서 신흥시장으로 유입되는 현상도 가속화됐다.

펀드 리서치 업체인 EPFR글로벌에 따르면 2008년 8월 이후 선진국 주식에서 203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당시 선진국 주식자금의 전체 규모인 2조4000억달러의 8.5%에 달하는 수준이다.

대신 그동안 위험이 크다고 인식돼온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몰렸다.

선진국과 달리 부채 수준이 낮고 위기 기간 동안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2008년 9월12일 이후 브라질 보베스파지수가 27% 상승했고,상하이지수는 28% 올랐다. 신흥시장 주식에 유입된 자금은 830억달러에 달했다. 대표적 안전 자산인 금에도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에 대비해 '보험'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장기 인플레이션 가능성과 저금리 등의 이유까지 겹치면서 금 가격은 64%나 치솟았다.

스트래티거스 리서치 파트너스의 수석투자전략가인 제이슨 디세나 트렌너트는 "리먼브러더스의 실패(여파)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