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미국 최대 놀이공원 업체인 ‘식스플래그’는 지난해 6월 파산보호신청을 냈다.이 회사의 선순위 채권을 보유한 헤지펀드 ‘애비뉴 캐피탈’은 식스플래그의 기업재조정(reorganization) 계획에 대해 회사 측과 협상을 벌인 후 하위 등급 채권들을 팔아치웠다.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다른 채권자들은 불공정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애비뉴캐피탈이 협상 중에 얻은 정보로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채권자들은 이 헤지펀드가 “구조조정 과정을 불법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7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병든’ 기업을 치료하고 채권자들에게 일부나마 돈을 돌려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파산보호 절차가 남보다 빨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헤지펀드와 일부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돈벌이 기회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이들은 파산 기업의 부실채권을 헐 값에 사들인 후 온갖 복잡한 거래 기법을 동원해 이익을 낸다.일부에선 이를 ‘파산거래(bankruptcy exchange)’라고 부른다.

이런 거래는 합법적이다.그러나 부실채권 투자자들이 파산법원 판사나 다른 채권자들과 부실채권 거래 내역 공개를 놓고 마찰을 빚으면서 투명성과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일부 파산법원 판사들은 헤지펀드들의 투자전술을 기업을 회생시켜 다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전통적 파산보호절차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일부 비판가들은 헤지펀드 등 부실채권 투자자들이 파산보호절차를 ‘내부자 게임’으로 전략시켰다고 말한다.다른 채권자들은 물론 심지어 회사에 최선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판사도 이들보다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주장이다.

법률회사 웨일,고샬&맨지스의 파산보호전문 하비 밀러 변호사는 “최우선 목적이 물질적 이득인 전문가들이 있다면 상황이 어떻겠는가” 라며 “적어도 겉으로는 ‘재활’ 과정이었던 파산보호 절차가 ‘어떻게 하면 돈을 벌수 있나’라는 카지노판으로 변질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실채권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파산보호절차 진행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기다릴수 없는 채권자들로부터 채권을 매입해주고 때로는 영업을 계속하기 어려운 회사들에 필요한 대출도 해준다는 것이다.이들은 또한 비공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간에는 회사채를 매매할수 없도록 한 파산보호절차의 요구 사항도 잘 준수하고 있다고 말한다.

식스플래그 건으로 비난받고 있는 애비뉴캐피탈의 설립자 라시는 “모호한 비방들이 어처구나 없다” 며 “우리는 늘 모든 규칙을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파산보호신청(챕터11)에 따르면 회사는 지속적인 영업이 가능한 상태에서 채무상환 계획을 세울 동안 채권자들로부터 보호를 받는다.파산 관재인은 무보증 채권자들의 공식적인 위원회를 구성한다.이 위원회는 기업 재조정을 감시하고 회사와 협상을 벌인다.위원회 구성원들은 비공개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활동 기간 동안 회사채를 사거나 팔수 없다.

그런데 이런 공식 위원회 이외에 종종 유사 위원회들이 구성된다.헤지펀드와 유통시장에서 채권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종종 기업재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팀을 구성한다.1978년에 만들어진 파산법은 비공식적인 위원회에 속한 채권자들이라도 무슨 채권을 사고 파는지,언제 얼마에 매매했는지 밝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헤지펀드등은 때로 자신들은 ‘진짜 위원회’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정보 공개를 회피한다.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이런 문제에 대해 파산법원 판사들이 제각기 다른 결론을 낸다는 것이다.파산신청 기업의 부실채권 거래를 두고 계속 마찰이 생기자 연방 사법당국은 파산보호신청을 한 기업의 채권자들이 그들의 거래에 대해 어떤 정보들을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을 바꾸려하고 있다.

에드워드 알트만 뉴욕대 재무학과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부실채권 시장 규모는 1조6000억달러로,20년 전 2500억달러에 비해 6배이상 증가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