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강남 부자는 지금…
서울 강남에 사는 P씨(68)는 요즘 경제신문의 국제 뉴스를 열심히 읽는다. 그는 "더블딥 우려를 낳고 있는 미국 경제 기사는 물론이고 브라질 스웨덴 등 남미 유럽의 기사도 꼼꼼히 스크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미국과 유럽 증시 등 밤새 일어났던 뉴스도 체크한다.

그가 국내 뉴스보다 외국의 경제기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해외금융상품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올 봄 T자산운용 등 글로벌 금융회사가 운용하는 해외채권펀드에 투자해선 연간 수익률로 따져 지금까지 8~10%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또 다른 강남의 L씨(55)는 몇 년 전 사뒀던 상가에서 임대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자 처분할 지,말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아파트나 재개발 지분보다는 상가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이 부동산 투자의 대세라고 하지만,소비가 많이 살아나지 않아 상가 임차인의 매출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요즘 강남 부자들의 재테크 트렌드는 3가지로 요약된다. △채권 정기예금 등 안전형 투자 △부동산 외면 △부동자금의 장기화다. 이자확정형인 국내 · 외 채권에 돈이 꾸준히 몰린다. 부동산은 대세침체기로 보고 웬만한 급매물이 아니면 쳐다보지 않는다. 3개월짜리 정기예금이나 MMF(Money Market Funds) 초단기 금융상품에 넣었던 돈을 계속 인출하지 않고,길게 보유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여전히 박스권 장세를 보여서다.

이런 가운데 눈을 해외로 돌려 채권이나 농산물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고,국제 뉴스를 읽는다. 연 · 기금을 굴리는 대형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해외 금융상품은 외국의 빌딩이나,심지어 고속도로,원유 파이프라인 등에까지 투자하고 있다.

거꾸로 도이체방크 싱가포르투자청 같은 외국의 투자자들은 한국의 대형 빌딩을 사고 팔면서 짭짤한 수익을 얻고 있다. 우리보다 굴리는 규모가 크다 보니 한국의 덩치 큰 오피스빌딩은 외국의 대규모 투자자들이 사들이고 있다. 물론 한국에 투자했다가 평가손실을 입은 경우도 가끔 있다.

어쨌든 개인이나 기관투자가나 안방에서 먹을 게 없다 보니 서로 해외를 기웃거리는 트렌드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정구학 편집국 부국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