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러시아가 올 연말까지로 계획했던 곡물 수출 중단 조치를 내년 수확 때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국제 밀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2일(현지 시간) 내각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곡물 금수조치 철회는 내년 수확 결과가 나온 후에야 고려될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금수조치가 최소한 내년 중반까지는 이어질수 있음을 시사했다.푸틴 총리는 구체적인 금수 일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으며 그의 대변인인 디미트리 페스코프도 AFP통신에 곡물 수출 금지가 당초 예정됐던 올 12월 31일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만 확인했다.

러시아의 금수 조치 연장 소식으로,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12월 인도분은 장중 부셸 당 7.175달러로 전날보다 1.2% 올랐다.지난달 러시아의 금수 조치 발표 직후 2년 만에 최고치인 부셸 당 8.68달러(8월6일)까지 치솟았을 때보다는 낮아졌지만 국제 밀가격은 6월 저점 이후 60% 이상 올랐다.

러시아는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에 이은 3대 밀 수출국이다.지난해 기준 전세계 밀 수출의 14%를 차지했다.그러나 올 들어 100여년 만의 폭염과 극심한 가뭄,산불 사태로 여름 작물의 작황이 4분의 1이나 줄어드는 피해를 입었다.푸틴 총리는 이에 지난달 초 러시아 국내 시장의 공급을 유지하고 곡물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밀을 비롯해 보리,호밀,옥수수 등의 곡물 수출을 정지한다는 행정 명령을 내렸다.

코메르츠방크의 유진 웨인버그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밀 금수조치가 내년 가을까지 연장될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다” 며 “이 소식으로 밀 가격이 예상만큼 폭등하지 않은 것은 시장이 아직 믿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분석했다.그러나 상당수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들은 러시아의 작물 피해 상황을 감안할때 어느 정도 예상한 조치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프랑스 곡물 리서치 회사인 애그리텔의 마이클 포터 애널리스트는 “내년도 곡물 파종의 어려움과 러시아 농부들의 재정적인 어려움을 감안할 때 올해 가뭄의 여파가 2012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지난달 중순 러시아 일부 지역에 비가 내리긴 했지만 겨울밀을 파종해야 하는 지금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지난달 말 현재 러시아 농부들은 247만 에이커의 땅에 겨울밀을 심었다.이는 1년 전 960만 에이커보다 4배 가까이 줄어든 수준이다.소시에테 제너럴의 엠마누엘 자옛 애널리스트는 “파종이 자꾸 지연되는 것을 보면 겨울밀 파종도 감소할 것” 이라며 “내년 봄 파종이 이를 보충할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러시아 정부는 올해 밀 수확량이 6000만~6500만t에 그쳐 지난해 9700만t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의 밀 수출 감소로 인해 최대 수출국인 미국에 대한 국제 밀 시장의 의존도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독일 원자재 리서치회사인 FO리히트의 케이트 플러리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재고가 많기 때문에 미국이 국제 밀 공급을 주도하게 될 것” 이라며 “유럽연합(EU)과 함께 남반구 공급자인 호주와 아르헨티나의 밀 수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아직은 미국의 밀 재고에 여유가 있어 큰 문제 없지만 밀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금수 조치와 인근 우크라이나의 수출 물량 감소가 지속된다면 밀 가격 급등 사태가 올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극심한 산불사태로 러시아 7개 지구에 발령됐던 비상사태는 지난달 23일 마지막으로 해제됐지만 산불 사태는 여전히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러시아 비상대책부는 이날 러시아 남부 여러 곳에서 산불이 일어나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지며 1명이 죽고 가옥 113채가 불탔다고 발표했다.

RIA 노보스티 통신은 수도 모스크바의 경우 기온이 떨어졌지만 남부 볼고그라드에선 요즘도 때때로 수은주가 섭씨 40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전했다.지난 수개월 동안 러시아에선 산불로 약 100만㏊가 초토화하고 50명 이상의 희생자를 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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