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원 이상 현금수입업종 장부기장 '정확성' 검증

세무사 '주체'-검증회피·부실검증 '패널티' 부과

자영 사업자 과표양성화 차원, '논란' 예상

정부가 '세무검증제' 도입 방안을 공식화,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



재정부는 23일 발표한 2010년 세제개편안에 세무검증제 도입 방안을 포함시켰다. 관련 업계의 반발 강도가 상당한 상황인데도 불구,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세무검증제 도입 문제는 올해 정기국회 논의를 앞두고 최대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창(정부)과 방패(업계)의 대결. 논의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세무검증제 '설계도' 공개= 재정부는 세무검증제 도입의 기본 논리로 '과표양성화'를 제시했다.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원투명성이 취약한 개인사업자의 소득탈루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차원이다.

개인사업자 등의 소득탈루(탈세)는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밝혀내는 것이 원칙. 그러나 '행정력'의 한계상 모든 개인사업자를 스크린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재정부는 개인사업자 세무문제에 관여하고 있는 세무사 등 전문자격사를 활용, 행정력 한계를 극복하고 초기단계부터 탈세유인을 차단한다는 것이 재정부가 고안해 낸 세무검증제의 작동 원리다.

세무검증 대상 사업자는 변호사 등 전문자격사, 병·의원, 학원과 골프장, 유흥주점 등 현금영수증 의무발급대상 업종 종사자 중 수입금액 5억원 이상인 사업자(도입 첫해 대상자 1만9000명 수준)다. 검증은 국가공인 자격증을 소지한 세무사와 회계사다.

세무검증 대상 사업자의 장부를 세무사와 회계사가 구체적인 세무검증 내용이 적시된 '체크리스트(별도 마련)'에 따라 검증하도록 하는 방식.

세무검증제도 도입에 따른 납세협력비용 증가는 ▲세무검증비용 60% 세액공제 ▲교육비·의료비 공제 허용 ▲무작위추출방식 정기 세무조사 선정배제 ▲신고기간(종합소득세) 연장(5월말→6월말) 등 혜택으로 우회 완충해 줄 계획.

현행 세무사법을 개정해 세무사들의 직무범위에 세무검증 및 검증확인서 작성을 추가해 세무검증 회피를 차단하고 세무사들의 장부·서류 열람권, 자료제출 요구권을 부여키로 했다.

세무검증을 받지 않은 사업자에게는 가산세(10%)를 부과하는 한편 부실한 검증이 추후 적발될 경우 부실검증 세무사에게는 '징계' 패널티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 세무검증제, 제대로 '효과' 낼까= 재정부가 세무검증제 도입 카드를 꺼내든 것은 두 가지 목적 달성을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자영사업자 과표양성화를 도모한다는 대의명분과 함께 세무대리인과 사업자간 유착(?)에 따른 탈세유인의 사전차단이다.

행정력 한계 극복도 '부수효과'다. 현재 과세당국의 개인사업자 세무조사 비율은 2005년 기준 0.18%. 미국(0.56%), 일본(1.10%)에 비해 상당히 부족한 상태다. 개인사업자 소득파악률도 70%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점도 '투명사회' 진화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세무검증제가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 재정부의 입장이다. 다만 제도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지 여부와 함께 재정부가 원하는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무검증제를 주도해야 할 세무사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세무사들은 막대한 부담이 동반된 새로운 일감(세무검증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책임문제'가 따라붙는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반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세무검증제 도입 공청회에서도 세무사들은 "세무검증제의 비용과 책임이 모두 세무사한테 전가될 것"이라며 "정부의 징세기능 보완과 납세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냈다.

□ 세무검증제 논란-'방패' 뚫어낼 수 있을까= 세무사들의 반발도 반발이지만, 정작 더 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부류는 검증대상 사업자들이다. 제도 도입 과정이 순탄치 못할 수밖에 없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다.

검증대상 사업자들은 비용부담과 함께 부정적 인식(탈세)의 테두리 안에 놓인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제도의 주요 타깃인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은 '결사반대'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재정부는 적지 않은 '압박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와 관련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실태를 무시한 정책"이라며 "명확한 근거 없이 의료업을 주된 탈세업종으로 간주하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며 수용불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입법 과정 최대관문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입장은 더욱 강경하다. 대한변협은 "국가의 과세권을 사인인 세무사 등에 위탁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권한과 책무를 방기하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변협은 "특정 직업군에 대해 세무검증 의무 및 세무검증 불이행 가산세 등을 부담시키는 것은 과잉금지원칙 위배의 소지도 있다"며 "현실적으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제도 도입을 막을 것"이라고 결전의지를 다지고 있다.

조세일보 / 이상원 기자 lsw@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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