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팬들이 예전보다 저를 덜 사랑하거나 혹은 더 사랑한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무용하는데 집중해야지 그런데 신경쓰면 춤을 못 추죠.(웃음) 그저 저를 사랑하는 분들이 고국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뿐이에요. "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리나 강수진씨(43 ·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 사진)가 22일 내한했다.

지난 4월 '강수진 갈라-더 발레'로 국내 팬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선사한 지 4개월 만이다. 이달 말 한국발레협회가 창립 30주년 기념으로 여는 '발레 엑스포(Ballet EXPO)'와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IPAP)가 마련하는 제7회 '2010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초청 공연'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난 4월 공연 때 평론가와 팬들로부터 '강수진의 예술성과 테크닉,감수성이 집약된 무대'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던 강씨는 이날 귀국 직후 이뤄진 전화 인터뷰에서 "다행히 스케줄이 며칠 비어서 초청에 응했다"며 "한국에 되도록 자주 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00% 만족하는 공연은 없지만 관객과 소통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라며 "특히 관객과 호흡이 더 잘 맞을 때가 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육감으로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강씨는 두 작품을 선보인다. 날카롭고 섬세한 안무로 정평이 난 유럽 안무가 마우로 비곤제티의 모던 발레 작품 '카지미르의 컬러'와 존 크랑크가 안무한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2인무다. 강씨 특유의 드라마틱하고 서정적인 매력이 기대된다.

"지난번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을 가져왔어요. 비슷한 작품을 보여주기는 싫거든요. '카지미르의 컬러'는 국내 초연이고 아직 아무도 제가 추는 걸 못 본 작품이에요. '로미오와 줄리엣'은 2008년 11월 마지막으로 전막 공연을 한 건데 가능하면 한국에서 몇 년 더 볼 수 있도록 파드되(2인무)를 골랐어요. "

강씨는 이번에 서울(25일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뿐 아니라 울산(27일 · 울산문화예술회관)과 포항(28일 · 경북학생문화회관)에서도 공연한다.

그는 "한국에서 지방 공연은 굉장히 드물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두 곳이나 도는 빡빡한 일정이지만 마음에 든다"고 덧붙였다.

유독 은퇴가 빠른 한국 발레계에서 강씨는 환갑에 해당하는 불혹을 넘긴 나이다. 나이 얘기는 아무래도 민감하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럽게 건강 관리 및 연습 노하우를 물었다. 그런데 강씨의 답변은 뜻밖이다.

"되도록이면 제 자신은 나이를 잊고 살아요. 사람들이 몇 살이냐고 물을 때에야 비로소 세어보죠.늘 얘기해 왔지만 정말로 지금 나이가 제일 좋아요. 연습량은 아무래도 예전보다는 조금 줄이려고 해요. 그래도 그날 컨디션에 따라 몸이 따라오면 더 하고 피곤하면 줄이는 식이죠.아무리 늦게 기상해도 새벽 6시엔 일어나서 집에서부터 연습을 하니까 공연이 있는 경우에는 밥 먹고 자는 시간 빼곤 다 연습하고요. 그게 몇 시간일까요?(웃음)"

이번 내한 공연에는 강씨 이외에도 김세연(네덜란드 국립발레단),김소연(독일 뒤셀도르프 발레단),유서연(영국 국립발레단),서희(아메리칸 발레시어터)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국내 발레리나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강씨는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어느 컴퍼니(발레단)에서든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한국 발레가 세계적인 '하이 클라스'로 인정받고 있다"며 "다들 스케줄이 바쁘다보니 서로 춤 추는 것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후배들 무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발레단 생활만 24년을 넘긴 강씨에게 '좋은 발레리나는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강씨는 주저없이 "발레는 몸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고 답했다.

"21세기 발레리나는 고전발레부터 네오 클래식,모던 등 모두를 잘 할 수 있어야 해요. 특히 젊은 발레리나가 특정 스타일이나 작품에만 몰두하면 한계가 생기고 생명이 너무 짧아져요. 그리고 지식을 쌓고 공부하려는 의지도 중요합니다. 몸만 좋고 동작만 잘 한다고 좋은 발레리나가 아니라는 것은 요즘 젊은 무용수들은 다 알거예요. 발레는 종합예술이거든요. "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