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가' 방미의 도널드 트럼프를 넘어서 (9) 브라질·멕시코 가보니
월 100만원이면 호화롭게 지낼수 있어
자원·인력 충분하지만 시장 경쟁력 아직 취약
투자기회 넘치지만 치안 불안 등 리스크 커…당분간 탐색만

나의 재테크 관심지역은 뉴욕,마이애미,LA,밴쿠버,토론토….

이민자들이 많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리는 선진국 도시들이다. 돈이 돌고 도는 그곳은 부동산과 사업투자 기회가 많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자기만의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쉽게 도태될 수 있는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에 비하면 신흥시장인 남미는 기회가 넘쳐난다.

1990년대 초반 나는 브라질 공연을 위해 남미에 처음 발을 디뎠고,이후에도 여려 차례 다녀왔다. 그곳은 우리나라의 1950~1960년대 모습이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도 많고,막노동을 하며 근근이 먹고 사는 사람들 투성이다. 외국 자본에 기대어 조금씩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은 국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은 길거리에 나와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계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미는 투자가치가 있는 신흥 시장이다. 일단 돈의 가치가 싸 외국 투자자들이 많이 모인다. 우리나라 돈으로 100만원만 있으면 한 달 동안 럭셔리한 생활을 할 수 있다.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에서는 방 하나짜리 아파트를 8000만원 정도면 매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임대나 매입을 원하는 이민자와 은퇴자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나는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브라질과 멕시코,아르헨티나를 서너 번 다녀왔다. 언젠가 한번 멕시코에 갔을 때 잘 아는 교포가 나를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다. 쇠로 된 창살,이중 삼중으로 된 유리문,좁은 방….가족들을 보호할 만한 장치를 마련해 둔 듯했다. 중년의 여성은 "여기 부모들은 자식들을 외국으로 내보내기 위해 삯바느질을 하면서 돈을 모은다. 불안정한 이 나라에서 아이들이 청춘을 바치기보다 미국에서 자리 잡고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들 딸의 아메리카 드림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평생 허리가 휘도록 뒷바라지하는 부모의 마음.어딜 가나 부모의 마음은 한결 같은 것 같다. 미국에서 비자를 받기 힘들기 때문에 불법 체류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실제로 뉴욕에 있는 남미 출신 스패니시들은 신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자리를 잡지 못하고 대부분 궂은 일을 하고 있다.

다음 날 나는 메리다 시내의 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메리다는 중남미에서 최초로 한인이 이주한 곳이다. 시장을 둘러보다 보니 꽤 큰 규모의 구두 가게가 눈에 띄었다. 윤기 나는 가죽도 탐나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신발을 신어보면서 사장에게 "구두가 정말 멋진데 수출도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저 구멍가게 수준"이라며 곧이어 "가죽은 유명한데 디자인이 유명하지 않다. 우리는 자원도 충분하고 인력도 많지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만큼 힘이 없다"고 답했다. 제품을 많이 만들기는 하지만,브랜드 네임을 키울 만한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게 남미의 현실이다.

여행을 다니는 동안 남미는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멕시코,아르헨티나,콜롬비아 등 많은 나라들이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나는 멕시코 같은 나라라면 분명히 투자 기회가 눈에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내가 발견한 것은 치안의 위험과 자본 경쟁력에서 뒤떨어지는 빈약한 시장 구조밖에 없었다.

3년 전에도 두바이에 재테크 여행을 가려고 몇 개월을 준비했다. 두바이에 해외 자본이 유입되면서 콘도 건축이 붐을 이뤘다. 잇달아 높은 건물들이 지어지고,그 건물에 세계 금융기관들이 몰려든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신흥시장이기에 적은 자본으로 투자할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시장 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후 세계 금융위기로 유수의 금융기업들이 부도를 맞거나 보수적인 경영에 들어가면서 두바이로부터 철수하기 시작했다.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건설업체들이 무너져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가 증가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튼실한 경제기반 없이 부동산 붐을 조성하는 식으로 발전을 꿈꿨던 두바이의 실험은 위험한 도전이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남미와 중동은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안데스 산맥과 잉카시대의 유적,아마존의 신비함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유적지와 아름다운 자연,풍부한 문화 체험을 하기에는 훌륭하다. 하지만 투자하기에는 아직 리스크가 너무 크다. 나는 그동안 '자기 스스로 충분히 알지 못하면 절대 투자하지 말라'고 강조해왔다. 그리고 남미에서 다시 한번 나의 원칙을 스스로 확인했다. 나는 신흥시장의 가게를 둘러보고,집을 알아보러 다니면서 당분간은 남미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언제나 계획은 바뀔 수 있으며,이것은 직접 현장을 다니면서 얻게 된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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