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봐도 열 아름은 될 듯한 고목을 돌아서면 '반지의 제왕' 원정대가 툭 튀어 나올 것 같다. 그런 밀림 속에 수십m씩 솟아 있는 나무 사이를 사람들이 쏜살같이 날아다닌다. 마치 타잔처럼 길게는 200m 이상의 거리를 와이어 하나에 몸을 맡긴 채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어드벤처 스포츠의 천국이라는 뉴질랜드 이야기가 아니다. 골프 · 신혼여행 혹은 배낭여행지로만 알았던 태국이다. 여행사 가이드에 일정을 맡긴 채 방콕에서는 쇼핑센터와 사원을 둘러보고 파타야에 가선 마사지만 받아본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태국여행에 도전해 볼 일이다. 2박3일 정도면 알려지지 않은 태국을 만나기에 짧지 않은 시간이다. 마침 2006년 이후 3년 넘게 이어져온 반정부 시위도 잦아들어 다시 평온을 찾은 요즘이다.

◆긴팔원숭이가 되어

방콕에서 1시간30분,파타야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촌부리 카오키여우라는 동네에 가면 '플라이트 오브 더 기본(flight of the gibbon)'이란 밀림 어드벤처 체험장이 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유격 훈련장에 대한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그것도 잠시.그저 그런 밧줄타기이겠거니 했던 마음은 '쏭테오(트럭형 택시)'에 몸을 싣는 순간 사라진다. 10여분 산길을 내달려 멈춘 곳은 그야말로 열대 우림 한가운데다.
헬멧과 안전장구를 받아들고 수십m 높이의 나무 위에 올라서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괜히 왔나?" 후회하지만 소용없다. 퇴로가 없다. 수십m에서 300m에 이르기까지 나무 꼭대기를 연결해 놓은 와이어를 긴팔원숭이(gibbon)가 되어 옮겨 타야 한다.

놀이공원에서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 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호기심을 갖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 하지만 이왕 태국여행을 택했고 미증유의 스릴을 즐겨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거두절미 '강력추천'이다. 건너온 로프 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익숙해진다. 약 3시간 동안 3㎞에 걸쳐 24개의 로프에 몸을 싣고 하늘을 날다 보면 눈앞에 산안개가 어우러진 녹색 수채화가 펼쳐진다. 2000바트(약 8만원) 남짓의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아까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레드셔츠는 없다

카오키여우 다음 행선지가 파타야 방면이라면 세계 최고 수준의 게이쇼로 알려진 '알카자 쇼' 관람과 수파트라랜드의 과수원을 들러봄 직하다. 아무리 성전환 수술을 했다고는 하지만 여느 여자보다 더 예쁜 그들이 부르는 한국의 최신 가요와 아리랑,공연 후 그들과 함께 찍는 기념사진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수파트라랜드의 과수원에서는 1만원 정도의 비용이면 열대과일을 충분히 과식(?)할 수 있다. '과일의 황제'라는 두리안,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망고스틴과 람부탄,눈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용과 등 거의 모든 현지 과일을 무제한 맛볼 수 있다.

방콕으로 길을 잡았다면 카오치찬 지역의 '절벽사원 마애불'도 볼거리다. 높이 100m가 넘는 절벽에 18K 도금으로 새긴 불상으로 1998년 라마9세 푸미폰 국왕의 즉위 50주년을 기념해 왕자와 공주들이 세운 것이다. 18K 황금이라고 해서 엉뚱한 생각을 하면 금물.24시간 해군 경비병들이 지키고 있다. 방콕에 들어와서는 다른 건 제쳐두고라도 '씨암 니라밋' 공연은 챙겨 볼 일이다. 태국 전통공연으로 한국어 자막도 제공하고 공연 수준도 높다. 태국의 맥주회사 '창'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제대로 만든(니라밋) 태국(씨암)'이란 뜻이다.

◆차오프라야는 유유히 흐르고

오전 중에 리버시티로 가면 차오프라야강 유람선을 탈 수 있다. 차오프라야는 방콕 시내를 동서로 가르는 강으로 서울의 한강과 비슷하다.

하지만 한강과 달리 강 가장자리에 수로가 많아 배를 타고 방콕 뒷골목을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다.

1시간여 유람을 하다 보면 84층 바이욕 타워에서부터 30여년 전 한국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빈민촌까지 손에 닿을 듯 보여 '태국=빈부격차 국가'라는 소문을 실감하게 한다. 한편 유람선을 타면 '왓아룬'(새벽사원) '왓포'(와불사원) 등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다시 리버시티에 내려 골목길에 즐비한 포장마차 분위기의 음식점에서 톰냥쿵과 치킨커리로 요기를 하고 시내 한가운데 쇼핑 명소 '씨암 파라곤'을 한바퀴 둘러보면 어느 새 공항으로 갈 시간이다.

방콕/파타야=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 여행TIP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타이항공이 인천~방콕을 직항한다. 비행시간은 5시간30분 안팎.시차는 우리나라보다 2시간 늦다. 공식화폐는 바트(1바트=약 37원).전기는 220~240V로 별도의 변환 어댑터가 필요없다. '플라이트 오브 더 기본' 체험장은 온라인 사이트 (www.treetopasia.com)에서 예약할 수 있다. 현지에선 방콕시내 카오산로드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태국관광청 (02)779-5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