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시장 5%만 차지해도 KT 능가 모바일 벤처 될 수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앱스토어에 올릴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을 만드는 벤처기업이나 개발자에게는 아이디어나 기술만 있어도 KT가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12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내 벤처기업들도 1~2조달러의 앱스토어 시장을 5%만 차지해도 KT보다 덩치가 큰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술과 도전정신을 가진 한국 청년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폰으로 촉발된 모바일 인터넷이 국내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는 물론 새로운 도전의 장이 되고 이것이 한국 IT의 재도약을 가져올 것이라는 얘기다. KT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콘텐츠 개발 지원을 위해 450억원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젊은 모바일 벤처 만들겠다

KT가 중소 벤처기업과의 동반 성장에 팔을 걷고 나섰다. 벤처기업의 정보기술(IT)과 아이디어를 통해 KT와 협력사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애플의 콘텐츠 장터인 앱스토어에 국내 중소 벤처기업이나 1인 창업기업의 지원에 적극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은 시대에 걸맞지 않은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했다. "한국적 기준이나 제도 때문에 세계시장에서 뒤떨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산업 발전이나 국민 편의성 등을 저해하지 않는지 백지 상태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앱스토어 등 오픈마켓에 모바일 게임을 손쉽게 서비스할 수 있도록 게임 사전심의제를 사후심의로 바꾸도록 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젠 중기와 동반 성장할 때"

KT 협력사인 텔레콤랜드의 통신 중계기 매출은 작년 상반기 43억원에서 올 상반기에는 134억원으로 312% 늘었다. 전력소비를 줄이는 등 성능 개선 덕분에 KT가 구매물량을 늘려줬기 때문이다. 대신 KT는 이 회사의 기술을 다른 협력사에 확산시켜 전체 구매비용을 낮추는 성과를 냈다. KT가 지난해 6월 상생경영 차원에서 도입했던 성과공유제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KT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협력사들과 함께 커가는 동반성장 전략을 내놨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는 구매물품이나 발주공사에서 협력사들이 손해 보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앞으로는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협력관계가 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KT는 이날 동반성장 실현을 위해 3불(不) 선언을 했다. 중소기업의 인력이나 돈 등 자원을 무책임하게 낭비하지 않고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으며 △중소기업과 경쟁환경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협력사들이 KT의 구매 수요를 예측할 수 있도록 수요 예보제를 매년 초 발표하기로 했다. 협력사의 아이디어가 사업화되지 않을 경우에는 이를 보상해주기로 했다. 협력사들의 아이디어를 접수하는 창구를 일원화하고 2개월 이내에 검토를 완료하기로 했다. 아이디어 보상 구매제도를 도입,기술이나 사업모델을 제공한 협력사에는 최대 50%까지 구매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혜택도 주기로 했다.

이 회장은 "컨버전스 시대에는 대기업 혼자서 성장하기 어렵다"며 "구매 물량 등을 사전에 투명하게 예시하는 정책으로 중소 IT기업들과 동반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